증권사 홈페이지 보려면 보안 프로그램 6개 설치

상품검색, 회사소개에도 설치 강제

2016-08-17     김건우 기자

# 직장인 박 씨는 최근 증권회사들이 판매하는 ISA 상품이 궁금해 증권사 홈페이지를 접속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알리는 팝업창이 2~3개씩 등장했다. 심지어 한 증권사는 보안프로그램 설치 없이는 홈페이지에 접근도 할 수없는 구조였다. 3개 증권사를 둘러본 박 씨의 컴퓨터에 설치된 보안프로그램만 10여 개. 그는 "보안이 중요하지만 너무 과도한 설치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자사 홈페이지 접속시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과다하게 요구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상품검색이나 고객센터 등 보안과 무관한 콘텐츠 열람 시에도 보안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 의무설치 보안프로그램 최대 6개, 미설치 시 홈페이지 접근도 안돼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증권사 홈페이지 접속 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보안 프로그램은 최대 6개에 달했다. 종류도 공인인증서 보안, 키보드 보안, PC 방화벽 등 증권사 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4개의 증권사는 상품 검색이나 고객센터 등 보안과 무관한 콘텐츠 열람시에도 보안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다.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과 미래에셋증권(대표 조웅기),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는 홈페이지 내 모든 메뉴를 해당 증권사 보안프로그램 설치 없이 열람할 수 없는 구조였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도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했다. 프로그램 설치 전에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조차 볼 수 없었다.
▲ 메리츠종금증권은 홈페이지 접속시 별도의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설치시 상품 정보 열람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홈페이지 메인화면 조차 볼 수 없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10월 완료예정을 목표로 현재 보안프로그램을 줄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안내를 포함하는 비로그인 페이지는 설치없이 열람하도록 수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머지 3개 증권사는 홈페이지 메인화면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지만 각 항목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그 중에는  상품안내, 업무시간 안내 등 강도높은 보안이 요구되지 않는 항목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증권사들은 보안 솔루션 상 보안 프로그램이 필요한 항목만 별도로 구분하기 어려워 홈페이지 모든 메뉴에 대해 보안프로그램 설치 후 열람이 가능하도록 구축했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항목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홈페이지 메인에 노출시켰는데 상당수가 암호화 프로그램이 필요한 메뉴들이었다. 이 때문에 보안프로그램이 요구되지 않는 메뉴도 덩달아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열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상품 등의 정보는 보안이 필요한 정보라고 해석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했고 회사소개 등 보안과 무관한 항목은 별도 홈페이지로 구축했다"며 "다만 향후 감독당국에서 개선사안이 나오면 시간을 두고 수정작업을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전자금융거래시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 세부 추진계획을 통해 금융상품 소개나 부동산 시세조회 등 단순 조회성 웹페이지는 소비자가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홈페이지 접속시 메뉴 또는 기능에 따라 자금이체를 비롯해 강도 높은 보안이 요구되는 항목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금감원 IT·금융정보보호단 최성일 선임국장은 "금융회사들이 보안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필수 설치 보안프로그램을 강화한 측면이 있었다"며 "자금이체 등 보안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만 아니라면 보안프로그램을 대폭 줄이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