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팔짱만-자동차] 한국형 레몬법? 공정위·국토부 '먼 산'만

2016-08-23     특별취재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회복을 위한 [소비자와 기업, 아름다운 동반자] 캠페인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짚어주고 일선에서 기업이 겪는 고충,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규정과 제도 등을 살펴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키 위한 방안이다.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민원이 집중되는 식품/유통, 통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① 소비자가 뿔났다 ② 기업도 괴로워 ③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나 ④ 앞서가는 기업들,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편집자 주]

신차 결함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교환,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인도받은 지 얼마 안 된 차량에서 주행중 시동 꺼짐, 조향장치 불량, 제동 시 차체 떨림 등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결함 피해가 발생해도 자동차사들은 무상수리로 대처할 뿐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서 리콜을 실시한 사례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고지하는 소비자분쟁해결에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결함있는 신차에 대해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국형 레몬법'이 대표발의됐지만 아직 그 누구도 법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공정위 등 관련부처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10일 권석창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의 레몬법(Lemon law)'이라고 불리는 '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 의원의 이번 제정안은 신차 구입 후 18개월 또는 주행거리 2만5천㎞ 이내에 주요 부품에 대한 고장이 2회 이상, 동일한 일반 부품에 대한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했을 때 완벽하게 고쳐 주지 못할 경우 구매 금액을 돌려주거나 다른 신차로 교환해 줘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자동차 제작·판매자가 교환·환불 의무를 고의로 회피해 소비자 손해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2배를 배상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자동차 결함을 알고도 숨겼을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와 함께 자동차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자동차소비자권익보호원', 자동차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자동차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동차 동력전달장치 등 주요 부품에서 3회 이상 중대 결함이 발생해 수리한 뒤에도 같은 고장이 일어나면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조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두가지 법안의 차이점이 있다면 권 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주창하는 것이고, 이 의원은 기존 에 있는 법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원의 법안이 소비자 권익에 더욱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소비자권인보호원, 자동차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자는 내용도 권 의원의 낸 법안이고, 이 의원은 기존에 있던 국토부 산하 기관을 이용하자는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개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있는 지는 아직 알수없다. 한국형 레몬법 발의는 2012년, 2013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앞 선 세번의 발의는 국회에 계류되며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발의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법안 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동차업계는 지금도 제조사 측 책임이 인정되면 교환·환불을 하고 있다며, 교환·환불이 쉬워지면 이를 악용하는 블랙 컨슈머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판 레몬법을 시행하려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함이 있을 경우에만 교환·환불을 허용하는 등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레몬법 제정에 힘을 실어줘야 할 공정위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자동차 결함 교환·환불 요건 완화를 위한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내놓았다. '4회 중대결함 때 교환·환불'하던 기준을 '3회'로 축소하고, 일반하자도 교환·환불 가능케 한다는 내용이다. 레몬법을 전격 반영했다는 일부 언론의 평가가 있지만 실상은 큰 의미가 없다. 공정위의 분쟁해결기준은 개정을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강제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단체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레몬법 도입을 재차 촉구하면서 "공정위가 지난달 28일 자동차 결함 교환·환불 요건 완화를 위해 내놓은 분쟁해결기준 개정은 레몬법 입법 활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결함 재발 횟수 등을 낮추며 교환·환불을 좀 더 쉽도록 했으나 동일 하자, 중대 결함, 수리기간 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을 뿐 아니라 이 기준 자체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실효가 없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