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팔짱만-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 규명, 'EDR' 역부족

2016-08-26     특별취재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회복을 위한 [소비자와 기업, 아름다운 동반자] 캠페인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짚어주고 일선에서 기업이 겪는 고충,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규정과 제도 등을 살펴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키 위한 방안이다.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민원이 집중되는 식품/유통, 통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① 소비자가 뿔났다 ② 기업도 괴로워 ③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나 ④ 앞서가는 기업들,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편집자 주]


정부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기록장치(EDR)의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EDR 설치 의무가 없을뿐더러 공개 항목도 정해놓지 않아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EDR(Event Data Recorder)은 자동차 에어백과 연결된 전자제어장치인 ACU(Airbag Control Unit)에 들어 있는 저장 장치이다.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에이백이 터지면서 충돌 당시의 상황을 저장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사고기록장치(EDR)의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2012년 국회를 통과한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된 이 법안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시행하는 나라다.

정부는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 공개를 통해 급발진의 원인이 자동차 결함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창용 자동차급발진연구회 상임이사는 “미국과 달리 EDR 설치 의무가 없는 국내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가 EDR을 장착하지 않으면 EDR 공개 의무 법안을 적용조차 할 수 없다”며 “더욱이 공개하는 운행 정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책임소재 규명에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9월부터 자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에 EDR 장착을 의무화했고 가속페달 개도량 등 15개의 운행정보를 사고 5초 전부터 기록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주행속도와 제동페달, 가속페달의 작동 여부를 저장하라고 정하고 있다.

김 이사는 또한 “EDR은 원래 자동차 제작사에서 에어백이 터질 때 전개 과정을 보기 위해서 만든 장치”라며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EDR 데이터가 생성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이 같은 이유로 공개하는 EDR 데이터의 구체적인 항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급발진 원인 규명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속페달 작동량과 제동페달 작동 유무 등을 공개 항목으로 강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EDR의 정보 공개 항목을 특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제작사마다 EDR에 기록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EDR에 대한 대안으로 OBD(On-board Diagnostics)-Ⅱ단자의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에 장착돼 있는 이 장치를 통해 가속페달 작동량과 엔진 회전수, 차량 속도 등 20여가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급발진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OBD-Ⅱ단자의 활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지만 급발진 원인 규명에 더욱 적합한 방법이 있다면 향후 기술적인 검토 등을 통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