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뿔났다-전자] 유해물질 논란 '건강 가전' 사후처리도 '불량'

2016-09-01     특별취재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회복을 위한 [소비자와 기업, 아름다운 동반자] 캠페인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짚어주고 일선에서 기업이 겪는 고충,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규정과 제도 등을 살펴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키 위한 방안이다.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민원이 집중되는 식품/유통, 통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① 소비자가 뿔났다 ② 기업도 괴로워 ③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나 ④ 앞서가는 기업들,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편집자 주]


OIT(옥틸이소티아졸론), 니켈 등 연이은 생활가전의 유해물질 논란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던 소비자들이 관련업체들의 사후처리의 미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체들은 문제가 된 제품의 교환 및 회수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미 장기간 제품들을 사용하며 흡입한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상 피해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련 제품에 대한 교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끌기만 지속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경상남도 김해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렌탈해 사용하기 시작한 쿠쿠전자의 공기청정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사용 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잔기침과 감기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원인이 공기청정기때문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다. 하지만 올해 불거진 3M필터가 탑재된 공기청정기 등의 OIT 검출 사건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겪은 증상의 원인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고객센터에 항의하자 상담원은 문제가 된 필터 교체를 안내했다.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은 터라 위면해지를 요청했지만 설치비와 위약금 등의 명목으로 20만 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김 씨는 “아이까지 있는 대식구에다 동물들도 있어 공기청정기를 렌탈했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 불안해서 사용도 못하고 매달 요금만 내고 있다”며 기막혀했다.

쿠쿠전자 측은 OIT가 검출된 제품의 경우 환경부가 일반 사용환경에서는 위해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계약 해지 시 일반제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애초 문제가 된 것은 필터인만큼 무상 교체는 필터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환경부는 앞서 쿠쿠전자 뿐 아니라 대유위니아, LG전자 등의 일부 공기청정기 내 필터(모두 3M 제품)에서 제품 사용 중 OIT가 방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 사용한 제품에서 벌어진 일이라 위해성 여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독성물질이 있는 건 맞지만 소량이라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제조사와 관련 부처의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 

한 소비자는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기업과 관련부처가 한편이 되어 소비자의 눈과 귀를 막는 느낌이다. 문제가 수면에 드러나면 투명하게 밝히기 보다는 그저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축소시켜 무마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미 장기간 제품을 사용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피해에 대해 누구하나 명확하게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지적도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제품을 팔아놓고 단순히 제품 교체나 회수로 끝낼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