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갤럭시 노트7 사태, '안전'을 앞서는 논리는 없다

2016-10-25     백진주 기자
지난 8월 말경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문제로 전국이 들썩거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에서 자신 있게 내놓은 신제품에서 발생한 제품 불량 문제다 보니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제품 교환’이라는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나 싶었지만 교환 제품에서도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의 '단종'이라는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칭찬해줄 만한 결정임이 분명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소비자 민원은 불거졌다. 위약금까지 물면서 반납한 단말기와 동일한 기기를 다시 받아야 하는 소비자들은 울분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먼 거리의 가입 대리점까지 방문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소비자들 역시 “아무 죄 없이 처분을 받아야 하는 소비자가 왜 모든 불편을 감수해야 하냐”고 답답해했다.

그런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갤럭시 노트7 사태 수습에 집중하면서 다른 단말기 모델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몇 달째 액정 교환 수리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비행기 탑승 시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가장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환 및 환불은 20%도 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폭발 등 사고가 났을 경우 법적인 책임 여부가 모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무지 교환 조건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갤럭시 노트7 교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갤럭시 노트7을 갤럭시 S7이나 S7엣지로 교환하는 고객들이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 S8 또는 갤럭시 노트8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당일 오전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끼던 삼성전자 측이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21일 출시된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의 공세에 대응해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계산이 있었을 게다. 뿐만 아니라 처음 빠르게 교환 및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했던 삼성전자 측에 우호적이었던 분위기가 저사양, 하위 모델로의 교환이라는 달라진 조건 탓에 반감으로 돌아서자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잃는 건 아닌지 위기감도 작용했을 게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빠른 결정을 내린 삼성전자의 대응 방식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삼성전자 측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이렇게 언급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권고했듯이 노트7 사용고객들께서는 안전을 위해 빨리 제품 교환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조사와 이용자 양측 모두 어떤 득실의 문제보다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다.

배기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든지, 그로 인해 자연과 사람이 어떤 피해를 겪게 되던지 관계 없이 차량 가격이 대폭 떨어졌으니 우선 구매를 하겠다던 일부 소비자들의 이기심을, 그런 이기심을 이용해 매출을 올리려고 했던 일부 기업들의 비양심을 지켜봐야 했던 씁쓸함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안도가 된다.

이번 조치 후에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이에 대한 소비자 민원도 지속될 것이다. 사용자와 주변인들의 안전 보장보다 시급한 문제는 없다. 경제적 득실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간을 두고 하나둘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