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갤럭시노트7 사태에 가려진 또 다른 불길

2016-10-27     김국헌 기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로 초유의 위기사태를 맞으면서 사태수습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 고동진 사장의 빠른 사과와 전격적인 리콜, 그리고 전면 단종조치까지 스피드 그 자체였다. 수조원의 손실을 입더라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는 아직도 불길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갤럭시노트7을 갤럭시S8으로 교환해 준다는 프로그램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원치 않으면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갤럭시노트7 사태라는 큰 불에 가려져 또 다른 불길이 타오르는 걸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중순 이후부터 소비자고발센터에는 단말기 액정 관련 제보가 쏟아졌다. 액정 재고가 없어 수리가 한달이 넘게 지연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기다리라고만 한다는 공통된 사연들이었다. 

갤럭시노트7 사태 대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느라 갤럭시 시리즈 액정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몇달째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갤럭시노트7에 집중된 것과 달리, 액정문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인지 지난 9월 29일 보도된 첫 기사에 독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액정 수리지연과 관련한 커뮤니티가 없다보니 곤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이 기사 댓글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액정 수리 지연으로 소비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액정 파손으로 사실상 휴대전화 자체를 사용할 수 없지만 임대폰마저 지급되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속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통신비는 오로지 소비자 몫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종 발표 이후로는 생산라인이 원상회복 했고 누적돼 있는 수리 물량들을 서둘러 조달해 순차적으로 수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리 지연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기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목이 쏠린 신제품 문제에만 매달리느라, 기존의 이용자는 소홀히 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스스로 까먹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갤럭시노트7 때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다양한 보상방안을 쏟아내더니 액정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제품과 소비자를 가려서 대응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신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열중하는 반면, 갤럭시 S5, S6 등 기존 소비자들은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소비자 신뢰는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였던 만큼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크고 작은 후속 문제들에 삼성전자의 대처가 미숙했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상황을 현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