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사 무덤' 홍콩에서 NH투자증권 잘 나가는 비결은?
2016-12-05 김건우 기자
올해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의 해외법인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법인이 실적을 크게 개선해 눈길을 끈다.
홍콩시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진출했다가 실적부진으로 잇달아 철수를 하고 있는 곳이어서 NH투자증권의 선전이 돋보인다.
이는 김원규 사장 취임 이후 홍콩을 해외 거점지역으로 선정해 영업기반을 확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NH투자증권 6개 해외법인의 총순이익은 56억6천2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6개 법인의 순이익은 8억1천800만 원 적자였다.
합계상으로는 흑자 전환을 했지만, 6개 법인 가운데 홍콩과 인도네시아만 흑자를 냈다. 나머지 4개 법인 가운데 3곳은 적자를 냈고 싱가폴 법인은 청산 중이다.
홍콩법인이 다른 법인들의 부진을 메웠다. 홍콩법인은 작년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8천3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68억3천400만 원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증권사 해외법인 중에서도 순이익 98억 원을 달성한 미래에셋대우(부회장 최현만)의 손자법인 '대우인베스트먼트 아시아(Daewoo Investment Asia Ltd)'에 이어 2번째로 높다.
미래에셋증권(대표 조웅기), 삼성증권(대표 윤용암) 등 대형사들도 의욕있게 진출했다가 홍콩 시장을 떠났고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도 올해 초 철수했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의 실적 호조에는 앞서 언급한 영업 저변의 확대가 기초가 됐다. 이 회사는 2013년 김원규 사장 취임 이후 홍콩과 인도네시아를 해외 거점지역으로 삼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켰다.
특히 2014년 말 홍콩당국으로부터 신용공여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기업 대상 중장기 대출상품인 신디케이션론 사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기존 투자은행(IB) 업무와 기관대상 영업까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것.
이후 홍콩법인은 글로벌 전략을 국내 고객의 해외투자 확대수요를 지원하는 '아웃바운드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외국기관의 한국 주식 중개 중심에서 국내 고객을 위한 해외채권 중개 및 해외대체투자상품 공급 중심으로 영업 환경이 전환되면서 올 들어 실적이 급상승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홍콩법인의 해외채권 중개금액도 지난해 13억 달러에서 올해 10월까지 16억 달러로 증가했고 IB부문은 항공기 금융과 기업 신용공여 등으로 수익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는 NH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 차원에서 농협금융 계열사 인력을 파견해 공동 영업도 시작했다.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의 해로 삼고 홍콩을 농협금융의 '아시아 허브'로 구축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NH농협은행(행장 이경섭)에서 직원 2명이 올해 처음 증권 홍콩법인으로 파견됐고 내년부터는 보험 계열사에서도 직원을 보낼 계획이다.
다만 나머지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는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물론 2009년 코린도그룹과 합작회사로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 'NH코린도증권'이 기관중심 영업으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나머지 법인들은 올 들어서 적자전환되거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증자를 통해 영업확대를 추진중이고 중국 현지법인도 지난 10월 그레이트리치과기유한공사(GRT) 코스닥 상장을 주관하면서 연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홍콩법인은 IB와 글로벌트레이딩센터(GTC)를 중심으로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