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평가한 카드사 CEO 성적표...신한 위성호, 삼성 원기찬 'A학점'
가맹점 수수료율과 카드론 금리의 인하 등 올해 카드업계에는 악재가 겹쳤지만 카드사 CEO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약속한 정책 중 대부분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을 예상해 상당수 CEO들이 수익성 다각화, 해외진출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쳤는데 이를 대체로 잘 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과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 두드러져.. 대부분 목표 달성
은행계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사업 강화 △빅데이터 기반 신규 수익사업 모델 본격화 △해외사업 확대를 중점 경영전략으로 꼽았다.
모바일 플랫폼은 올해 출시한 'FAN(판)'의 성공적 안착이 눈에 띈다. 올해 6월 신한금융그룹에서 출시한 FAN은 3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고 기존 앱카드를 포함해 올해 FAN으로 결제된 금액만 5조 원을 넘겼다.
빅데이터 기반 사업 역시 올해 초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홈플러스, 신세계, 이디야커피 등과 제휴해 신한카드의 카드 결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도 개시했고 이들 회사와의 제휴 카드도 출시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올해 9월 신한은행과 함께 미얀마에 진출해 소액 신용대출 현지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가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도 신용카드 사업 승인 대기중이며 연말께 승인을 앞두고 있다.
올해 1월부터 KB국민카드 지휘봉을 잡은 윤웅원 사장도 O2O와 빅데이터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점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던 정보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모바일 부문 강화를 목적으로 빅데이터전략센터, 핀테크사업부, 신사업추진부 등을 신설했고 지난 6월에는 O2O 비즈니스 시너지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O2O 부문에서 카드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카드 유구현 사장도 신년사에서 밝힌 해외진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올해 11월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마이크로 파이낸스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 받아 동남아 지역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현지 고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현지 언어로 '다같이'라는 의미로 'TU-TU(투-투)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현지 법인명으로 내걸고 교육시설 인프라 제공 등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제시하면서 마음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격적인 전략을 주문했던 체크카드 사업은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다. 3분기 말 기준 우리카드의 체크카드 발급매수는 약 1천256만 장으로 작년 말 대비 50만7천 장 늘었지만 점유율은 같은 기간 0.1% 포인트 상승했다. 이용금액 기준 점유율은 같은 기간 0.3% 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3월 취임한 하나카드 정수진 사장도 취임사 당시 밝혔던 경영 전략 중 상당수를 이미 이행하고 있다.
정 사장의 올해 가장 큰 성과는 통합 하나카드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하나카드와 외환카드 노조 통합이 대표적인데 양 노조는 올해 6월 통합을 선언한데이어 10월 말에는 초대 노조위원장도 선출했고 연말까지 각종 인사제도 통합도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소비자 민원 건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내부 고객 만족도도 향상됐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고객 10만 명 당 하나카드 민원 건수는 14.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올해 3분기 기준 5.8건으로 무려 60.8% 감소하며 내부 고객 만족도 상승에 기여했다.
올해 11월에는 핀테크 보안 전문기업과 함께 온라인 결제 보안강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eFDS 구축했는데 업권 최초로 모든 온라인 결제시스템의 부정거래 탐지에 적용되는 신기술로 평가받았다.
◆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 '디지털 삼성카드' 성과
기업계 카드사에서는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눈에 띈다. 원 사장은 '디지털 1등 삼성카드' 원칙으로 모바일 중심의 경쟁력 확보를 올해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이에 발맞춰 삼성카드는 올해 4월 모바일 특화카드 '탭탭'을 선보였고 모바일 채널을 통해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24시간-365일 실시간 발급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7월에는 온라인·모바일 다이렉트 오토 서비스를 출시해 모바일에서도 자동차 할부금융을 개시하는 등 원 사장은 올 한해 본업인 카드 뿐만 아니라 전 사업부문에서 디지털, 모바일 색깔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신사업 육성 부문에서도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아파트관리비 전자결제고지업에 진출했고 아파트단지에서 LED 설치를 카드로 결제하고 전기 절감분으로 설치 대금을 카드사에 분할 상환할 수 있는 LED 금융도 일부 단지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비씨카드 서준희 사장도 신년사에서 밝힌 3가지 경영 방향을 대부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책은행 만디리은행과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맺은 비씨카드는 올해 11월 합작법인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MTI)'를 개소하면서 내년 2분기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현지 신용카드 프로세싱 사업을 개시했다.
또 다른 목표였던 '그룹 내 시너지'를 위해 KT그룹과의 협업도 지속 중이다. 올해 6월에는 양사가 유니온페이인터내셔널과 협업해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 'HCE퀵패스'가 출시됐고 연내에는 다양한 카드를 앱 하나에 담을 수 있는 '클립 스마트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앱에서 신용카드의 사용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락앤리밋', 카드 정보 유출에 대비해 가상의 카드번호를 발급해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카드번호 서비스', 비밀번호 입력 자체가 필요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샷' 등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대표작이다.
다만 올해 경영전략 중 하나였던 '신사업'은 큰 진척이 없었다. 올해 3월과 1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으면서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 진출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채정병 사장의 올해 최고의 수확은 '모바일 뱅크 사업'이다. ICT 변화 환경 선도라는 목표하에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와 핀테크를 융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었는데 올해 3월 BNK금융그룹(회장 성세환)과 손잡고 독자적인 모바일 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뒀는데 롯데그룹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결합한 O2O 서비스 '퀵오더'를 비롯해 휴대전화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스티커 카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신규사업을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유학업체와 연계해 유학할인, 영어캠프 주선 서비스 등을 상반기에 선보이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바가 없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