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한 전화 누군가 되살려...통신 개인정보 무방비
일선 대리점 관리 허술...강력한 제재 필요
2016-12-16 박관훈 기자
# 개인정보제공 무조건 동의해야 개통? 안산시 사동에 사는 신 모(여)씨는 얼마전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새 휴대전화를 구매했다. 당시 구매 서류를 작성하던 중 신 씨는 ‘고객 혜택을 위한 개인 정보 제공’란에 사인하라는 안내를 받는다. 신 씨가 “선택사항은 동의가 필요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동의하지 않으면 승인이 되지 않는다”는 직원의 설명에 어쩔 수 없이 동의후 구매했다. 하지만 이후 대리점의 실수인걸 확인하고 해당 사항을 ‘미동의’로 전환시켰다. 신 씨는 “요즘처럼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심각한 시점에서 관련 내용을 잘못 알고 판매를 진행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쾌해했다.
# 명의자도 모르게 계약해지 번복? 천안시 신방동에 사는 강 모(남)씨는 지난해 7월 개인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KT 일반전화 2대를 해지했다. 올 1월 해지했던 2대 중 1대의 일반전화에 대해 미납요금이 청구됐다. KT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강 씨가 해지 신청했던 전화 2대 중 1대를 누군가 해지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씨는 “요즘 세상에 본인 확인도 없이 해지취소를 해줬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황당해했다.
통신서비스 가입과 해지 과정에서 허술한 본인확인 절차와 개인정보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개인의 신체, 재산, 사회적 지위, 신분 등에 관한 사실, 판단, 평가 등을 나타내는 모든 정보를 말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통화내역, 로그기록, 구매 내역 등도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수익 창출을 위한 자산적 가치로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기에 통신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공개함으로써 고객이 언제나 쉽게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통신업계에는 제3자가 신분확인 없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힌 후에도 계속되는 가입 유도 전화에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등 관련 소송에 휘말린 바 있고, 올 들어서도 개인정보 유효기간제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 통신사들 “개인정보 관리,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진행”
이같은 허술한 관리 실태에 통신사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고객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신원확인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개인정보의 수집 시 관련 법규에 따라 가입신청서 또는 이용약관에 그 수집범위와 목적을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신상품이나 이벤트 정보안내 등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는 경우에는 고객의 사전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인 확인 절차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서비스 계약 및 해지 등과 관련, 대리인에 대해서는 위임장과 본인의 인감증명서, 또는 대리인의 신분증 등으로 적법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KT 관계자 역시 “서비스의 제공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의 경우 뚜렷한 이유로 동의를 받는 것이 곤란할 때에는 고객의 동의가 없더라도 수집‧이용할 수 있다”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본사 차원의 책임있는 관리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개인정보 부실 관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은 일선 대리점인 경우가 태반이고, 대리점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긋기 일쑤다.
대리점에서 영업적 실익을 위해 허술하게 관리하고 문제가 없었다고 발뺌하는 경우 소비자가 책임을 묻고 관련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유출될 경우 안전과 재산, 개인의 사생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스팸문자나 보이스 피싱, 나를 사칭한 메신저 상의 금융사기 등이 모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요즘 통신사들의 보다 각별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