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은행 CEO, 2017년은 '수성(守城)의 해'
2017-01-02 김정래 기자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이 신년사를 통해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2017년을 '수성(守城)의 해'로 예상했다.
올해 경기침체가 작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을 확대하는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핵심 역량 집중'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기침체가 작년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을 확대하는 사업 확장과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핵심 역량 집중'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언급하며 올해의 슬로건을 '선(先), 신한'으로 정하고 "'선견(先見), 선결(先決), 선행(先行)'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신한이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본질을 먼저 꿰뚫어 보고, 한발 앞서 방향을 결정, 이를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회장은 올 해 4가지 핵심 과제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차별성 확보 ▲고객중심의 원 신한(One Shinhan) 가치 창출 ▲미래를 위한 자원 재배치 가속화 ▲변화의 본질을 읽는 리스크 관리 등을 제시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는 모든 계열사가 한 팀이 돼, 그룹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지주와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을 시작하는 WM(자산관리)과 CIB(기업투자금융)부문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KB만의 시너지 창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금융, 글로벌진출 역시 계열사의 역량을 모으고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에 있어 올해는 민영화의 원년이자 민간 은행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중요한 해”라며 “닭이 우렁차게 새벽을 깨우듯 1만5000여 임직원 모두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118년 우리은행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주인공들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행장은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언급하며 "한방울 한방울의 이슬이 모여 큰 물줄기가 되고 결국은 바다를 이루듯, 전 직원이 하나되어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재도약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매다'라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인용하며 "판(板)을 바꾸기 위해 기업문화와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그룹 임직원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성과목표(KPI)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에 맞춘 금융상담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을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회장은 내부 기업문화 변화를 주문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증간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제는 타 업종과 무한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이제 좋은 위치에 지점을 내고 고객을 맞이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다가오며, 로보어드바이저 도입과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등으로 (NH농협은행)이 몹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 행장은 올해의 경영전략을 'Back to the BASIC 경영'으로 정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소매금융, 농업금융, 공공금융, 기관금융 등 먼저 핵심 역량 강화에 나서는 한편, '농협은행 손익목표 달성 원년의 해'가 될 수 있도록 부실채권 발생을 사전에 예방해 건강한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고객'과 '현장', '정도'를 강조하며, 고객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편법이 아닌 정도로 풍전등화의 금융환경에 정면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 행장은 구랍 28일 제25대 IBK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과 동시에 "한국계 은행은 자산이 늘었지만 이익은 늘지 않는 함정에 빠졌다. 비대면 채널과 4차 산업혁명 등에서 무한경쟁이 이뤄지고 있음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타개책으로 ▲외환, IB, 신탁 등 비이자 수익 확대 ▲스마트 뱅킹, 핀테크 분야 개척 지속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해외이익 비중 20% ▲은행과 자회사간, 자회사 상호간 시너지 강화로 비은행부문 비중 20% 등의 경영계획을 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불확실성 고조와 4차산업혁명의 도래, 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은행권의 자발적인 진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은행들이 과거 지향적인 규모와 사업 확장 보다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