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승자는?]③한투·NH투자증권 두각...HMC, 현대차 의존도 '절대적'

2017-01-24     김건우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과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적립액 기준으로는 HMC투자증권(대표 김흥제)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의 물량지원에 힘입어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또 미래에셋대우(부회장 최현만)도 합병 이후 연금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며 도약을 노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국내 12개 증권사의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26조5천618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4조5천억 원 늘었다.

전체 금융업권에서의 점유율도 18.1%로 전년보다 0.7% 포인트 상승하며 퇴직연금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과 생명보험사의 점유율을 잠식했다..

적립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HMC투자증권이었다. HMC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약 8조6천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조2천900억 원 늘었고 전체 시장점유율도 0.1% 포인트 상승한 5.9%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적립액 증가분의 대부분은 현대자동차그룹 물량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HMC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 퇴직연금 적립액이 1조501억 원 늘었는데 전체 증가분(1조2천899억 원)의 81.4%를 차지했고 계열사 물량을 제외한 증가분은 2천398억 원(18.6%)에 불과했다.

이는 DB형(확정급여형)에 집중된 HMC투자증권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와도 연관성이 높다. DB형은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방식으로 해당 기업에서 퇴직연금 운용을 맡길 금융회사를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관계사 비중이 다른 모델에 비해 높다.

지난해 HMC투자증권의 전체 적립액 중에서 DB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7.8%를 차지할 정도였다. DB형 적립액에서 현대차그룹 비중도 88%에 달했다.

▲ 퇴직연금 상품유형별 적립액 현황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나란히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이 0.3% 포인트씩 상승하며 증권사 중 점유율 상승폭이 가장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퇴직연금 순수적립액이 7천745억 원 증가하며 누적 적립액 2조8천555억 원을 기록해 퇴직연금 누적 적립액 3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적립액은 1년 간 무려 37.2%나 증가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도 0.3% 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IB그룹으로 편제됐던 퇴직연금본부를 WM(자산관리)그룹으로 다시 흡수시키면서 올해는 개인고객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 사업이 DB형보다는 개인고객 위주의 DC형(확정기여형)과 IRP형(개인형 퇴직연금)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대응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40년 전통의 자산관리 명가로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시현하고 있으며 IB 및 리테일 등 본지점 간 시너지를 강화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 2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2조32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6% 늘어 증권사 중 적립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적립액이 늘면서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0.3% 포인트 상승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금영업본부의 직접 영업과 WM영업점의 퇴직연금 영업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IB사업부 등 타 부서와의 공조를 통한 영업성과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퇴직금을 수령하는 계좌인 IRP 영업도 활발하게 진행돼 적립금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2조 원을 돌파했는데 상위 증권사 4개 사 적립금 증가율의 2배가 넘었다"면서 "퇴직연금을 증권사의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한 장기기반 핵심상품으로 인식하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그 중요성을 강조한 결과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신한금융투자(대표 강대석)와 KB증권(대표 윤경은·전병조)도 점유율이 0.1% 포인트씩 상승했다. 국내 2위 퇴직연금 사업자 미래에셋대우는 점유율 변동은 없었지만 적립액이 증권사 중 두 번째로 많은 9천231억 원 늘면서 통합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개인고객 위주의 DC형과 IRP형으로 퇴직연금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래에셋대우는 DC형과 IRP형 퇴직연금 적립액이 각각 2조490억 원과 7천679억 원으로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역시 연초에 밝힌 신년사를 통해 "연금 비즈니스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최대 성장 비즈니스 중 하나"라며 "퇴직연금은 DB형에서 DC형과 IRP형으로 변화할 것이 자명하며 투자를 통해 고객의 평안한 노후에 기여해야한다는 확고한 사명감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양사 통합 후 통합법인 조직개편에서도 연금사업을 담당하던 연금사업센터를 연금부문으로 격상시키고 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생명에서 퇴직연금 경력자를 인재 채용 형식으로 영입하면서 퇴직연금 파트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