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호조 손보업계, 배당성향은 제자리...메리츠·삼성화재, 30%대로 최고 수준

2017-02-09     김건우 기자

지난해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배당금을 크게 늘렸다. 다만 순이익과 비교한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배당성향이 30%를 넘겼고, 현대해상은 배당금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증권가에서는 손보사들의 이번 배당 정책에 대해 대체적으로 적당한 수준이었지만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 RBC(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자본확충 부담 차원에서 손보사들이 배당을 현재보다 더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상장 손해보험사 중에서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곳은 삼성화재(대표 안민수)와 동부화재(대표 김정남), 현대해상(대표 이철영·박찬종), KB손해보험(대표 양종희) 그리고 메리츠화재(대표 김용범)까지 총 5개 사였다. 

지난해의 경우 16년 만에 배당을 실시한 한화손해보험(대표 박윤식)과 그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흥국화재(대표 권중원)와 롯데손해보험(대표 김현수)은 배당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당을 결정한 5개 사의 올해 배당금 총액은 6천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 현대해상이 478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렸고 삼성화재도 378억 원, 메리츠화재도 308억 원을 증액했다.

KB손보와 동부화재도 소폭 늘리며 배당금 증가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동부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창사 이래 최다 배당금이었고 현대해상도 5년 만에 1천억 원대 배당을 결정했다.
하지만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다소 상승한 반면, 나머지 3개 사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배당금을 큰 폭으로 늘리긴 했지만 순이익 증가폭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전년 대비 배당성향 상승폭이 가장 큰 손보사는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이 30.1%를 기록해 전년 대비 2.9% 포인트 상승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카드(대표 원기찬)에 이어 두 번째로 배당 성향이 높다.

메리츠화재는 배당 성향이 전년 대비 2.8% 포인트 상승한 38.4%를 기록했다. 상장 손보사 중에서는 배당 성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주당 배당금은 830원으로 전년 대비 260원 올렸고 시가 배당률은 5.2%를 기록해 손보사 중 가장 높다.

반면 동부화재는 전년 대비 배당성향이 3.3% 포인트 떨어졌고 현대해상과 KB손보도 1.9% 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손보사들이 향후에도 이처럼 배당금을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1년 IFRS17 기준서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에게 배당 확대보다는 자본 확충 차원에서 내부 유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7일 발표한 업무계획에서도 보험회사들의 자본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새로운 국제 보험회계기준의 경우 저축성 보험을 다수 팔았던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매출이 그대로 부채로 잡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데 비해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 때문에 손보사들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늘리더라도 큰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이번 손보사의 배당은 순익 증가에 따른 주주 환원정책과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RBC 비율 하락에 따른 자본확충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적당한 수준으로 본다"면서 "다만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으로 현 수준 이상으로 배당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각 손보사들은 다음 달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금 규모를 최종 확정하고 이후 1개월 내에 각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