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건조기 베란다에 설치하면 건조시간 2배 '하세월'

실외 설치 시 기능 떨어져...핵심사항 안내 부실

2017-03-05     김국헌 기자

빠르게 옷감을 건조하기 위해 전기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겨울철 영하의 온도에서는 2배 이상 긴 4~5시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미리 안내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말 LG전자의 트롬 전기건조기를 구매했다. 처음에는 표준시간 1시간 55분에 끝내도 약간 덜 마르거나 건조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사실을 문제삼지 않으려고 했다고. 건조시간이 연장되면 중간에 꺼내 실내에서 건조하거나 자는 동안 건조기를 돌리기도 했다.

1월 들어 건조시간 연장이 너무 심하다싶어 시간을 측정해보니 무려 4시간이 걸렸다. 1월 말 경 LG전자 홈페이지 '불만의 소리'에도 두차례 글을 올리고, 수리기사가 방문해 업그레이드도 했지만 별반 차이가 없었다.

놀랍게도 건조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건조기를 실외인 베란다에 설치했기 때문이었다. 사용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니 '기기를 영하의 온도에서는 설치하지 말고, 5~35도 사이에 설치하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설치시 의무사항이었다. 결국 실내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핵심내용을 구매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김 씨의 입장이다.

김 씨는 본사 고객센터 측으로 연락해 구매 대리점이나 설치 엔지니어가 설치 지역이나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서는 건조시간이 2배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중요사항을 안내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그러나 업체측은 "사용자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알려줄 수 없으며, 영하의 온도에서는 건조완료까지 길게는 5시간 30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답과 함께 기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김 씨는 "겨울이나 장마철 등에 이용하려고 구매한 제품인데 정작 그런 시기에는 4~5시간이 걸린다는 걸 사전에 안다면 누가 구매하겠느냐"며 "4, 5시간씩 건조기를 작동하려면 전기세 부담도 커지고 옷감의 손상도 많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김 씨는 계속된 항의 끝에 환불을 받았다. 

▲ 전기건조기.

전기 건조기는 미세먼지 등이 많아지는 환경적 문제들이 커지고, 베란다가 없는 오피스텔 거주자들이 많아지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제품이다. 건조 과정에서 자칫 미세먼지나 오염 물질이 의류에 묻을 우려를 줄이고, 장마 등의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 1월  의류건조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국내 전기건조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 30만~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건조기의 설치 조건을 제대로 고려해야 한다.

야외에 설치할 경우 겨울철에 건조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시중에 출시되는 전기건조기들은 고온으로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열을 가하는 히트식과 제습형태의 인버터 히트펌프식이 2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두개의 방식 모두 설치장소의 온도가 떨어지면 성능 역시 떨어진다. 때문에 제품설명서에도 '5℃에서 35℃ 사이의 곳에 설치하라'고 기재돼 있다. 아파트 베란다 등 영하로 떨어지는 곳에 설치할 경우 성능저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사항이 구매시 판매처에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실내 설치로 제한할 경우 판매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탓이다.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설치기사들 역시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환불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제품 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전기건조기는 주변 온도, 습도 등 상황에 따라 건조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며 "내부에서 협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전기건조기 구매시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설치하는 곳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곳이라면 전기건조기보다 가스건조기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가스건조기는 가스를 원료로 열을 발생시켜 야외의 영하온도에서도 기능저하가 비교적 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