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가인증 실행하지 않은 은행, 보이스피싱 피해 배상해야”

2017-05-07     김정래 기자
보이스피싱으로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은 고객에게 추가인증 절차를 실행하지 않은 은행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대연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1천700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휴일이었던 2014년 9월 28일 마이너스 통장으로 지방세를 납부하려고 은행 사이트에 접속한 A씨는 ‘금융감독원 사기예방 계좌등록 서비스’라는 팝업창이 뜨자 보안강화를 위한 조치라 생각하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곧이어 A씨 통장에서 2천100만 원이 인출됐고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인물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전산장애로 돈이 인출됐으며 30분 안에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후 다시 OTP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고 보안등록 절차로 생각한 A씨가 번호를 입력하자 900만 원이 추가로 인출됐다.

A씨는 “당시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된 사실이 없어 출금이 불가능한데 돈이 빠져 나갔다. 은행 공지와 달리 추가인증 절차도 없었다”며 은행에 자신이 입은 피해 3천만 원과 여기에 붙은 마이너스 통장 이자 42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은행 측은 홈페이지에 ‘야간 및 휴일 거래 시 보안매체에 관계없이 1일 누적 100만 원 이상 이체 시 추가 인증이 있다’고 게시해왔다.

1심 재판부는 두 번째 계좌이체의 경우 A씨가 의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며 은행에 인출된 900만 원의 10%인 90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자까지 총 2천200여만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했다.

2심은 처음 출금된 2천100만 원 중 80%를 은행의 책임으로 인정한다며 1천700여만 원만 배상하도록 했다. 두 번째 계좌이체는 A씨의 과실로 인해 벌어진 일이어서 은행의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