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금산분리 속도낼까?...재벌 금융사, 인터넷 은행 '덜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금융정책에서도 큰폭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벌 대기업의 금융권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터넷전문은행, 대기업 금융지주사 설립등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눈치보기도 치열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 측은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은행지분을 4% 이내로 제한하는 '은산분리'를 넘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를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는 '금산분리'에 대해서도 강화 정책을 피력한 바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문 대통령 "은산분리 원칙 지켜야"...인터넷전문은행 '발 등의 불'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은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규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 할 우려가 높다는 것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산업자본의 소유지분을 제한한 현행법 하에서 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인가 후 특정 기업을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추가 자본조달(증자)을 계획했던 인터넷전문은행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 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인터넷은행의 실질적인 최대주주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제도를 두는 까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고객이 맡긴 예금이 대주주인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경영권 유지 또는 계열기업의 확장 등에 이용되는 소위 ‘은행의 사금고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동양 사태’다. 동양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수조 원대에 이르는 부실 회사채(CP)를 발행해 5만 여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경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은행법이 허용한 4%의 지분으로는 핵심 IT기술을 선뜻 은행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또 하나의 기존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자회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국회의 은산분리 처리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은행법 개정이나 특례법 통과가 요원한 상황에서, 산업자본 의결권 제한의 피해를 최소화화고 해외 진출 연착륙을 위해 자체 사업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금산분리 강화... 대기업 금융계열사 독자 생존행보 시작되나?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의 독자 생존 행보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금산분리' 강화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시키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계열사들이 독자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을 비롯한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벌 소유 제2금융권의 재벌 지배로부터의 독립을 핵심으로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계열사 간 자본 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등을 제시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그룹의 사금고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계열사들을 그룹으로부터 점차 독립시키는 것이 골자다.
2015년 말 기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총 자산은 약 313조 원 규모로 삼성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 자산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이 외에도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를 보유한 태광그룹과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의 계열사가 있는 동부그룹도 금융계열사 자산 비중이 80%가 넘는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면서 '흑기사' 역할을 해온 경우가 많았다. 금융계열사가 그룹 내 타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직간접적 도움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없지만 예외조항으로 임원 선임 및 해임, 정관변경, 타 회사와의 합병·영업 양도의 경우는 다른 계열사와 더해 최대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2015년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에서도 삼성물산 지분 4.79%를 보유했던 삼성화재가 흑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IMF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다는 점에서 현재도 적용되는지 여부는 논란이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에서도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의 지분을 삼성생명이 7.21%, 삼성화재가 1.26%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대한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은 높은 편이다.
문 대통령의 안대로 법개정이 추진되면 더 이상 금융계열사가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마음대로 소유하지 못해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노렸던 주요 그룹들의 방향 수정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포기로 사실상 물건너갔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는 상황이다.
또한 그룹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중소형 금융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사들은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독자 생존의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금융사들은 자금 지원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이미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오히려 그룹에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던 대형 금융사들은 그룹 계열사 지원 용도의 물량이 사라지는 등 긍정적 요소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룹 계열사를 도울 필요 없이 이미 갖춰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