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고장나면 개고생 시작...AS 부실로 소비자 고통

대부분 중소기업 부품수급 안되거나 고객센터 불통

2017-05-30     조지윤 기자
# AS맡긴 제품 분실하고 나몰라라 경상남도 김해시에 사는 손 모(여)씨는 지난 4월13일, 사용하던 유라이브 블랙박스 수리를 위해 AS를 신청하고 업체에 택배로 보냈다. 감감무소식이기에 제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알고 싶어 열흘가량 후인 26일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물건이 잘 도착했으니 수리 후 4월28일 발송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5월4일까지도 제품이 오지 않았고 확인 결과 송장이 누락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고객센터 연결은 원활치 못했고 지금껏 제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 부품 수급 어려워 AS 방치 강릉시 교동에 사는 최 모(남)씨의 경우 부품 수급이 어려워 AS를 받지 못했다. 지난 3월 아이나비 블랙박스의 후방카메라 불량으로 서비스 지정점을  방문해 AS를 요청했다.  지점 측은 본사로 부품을 요청했지만 최근까지도 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본사 고객센터로 대체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아무런 해결책도 얻지 못했다고. 게다가 부품 조달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해당 제품이 불량이라 생산 및 보유를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아 더욱 황당했다고. 최 씨는 제품이 불량이라면 환불이나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교체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 무상수리 적용 기준은 제조일자?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해 3월 매장에서 다본다 블랙박스를 구입했다. 지난 1월 촬영내용을 살펴보다 바로 앞 차량번호조차 식별되지 않을 만큼 영상이 뿌옇게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AS를 위해 본사 서비스센터로  보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겨우 연결된 고객센터 직원은 “제조년이 2014년이기 때문에 무상 서비스 기간 1년이 지나 수리비가 6만 원이 나온다”고 안내했다. 유 씨는 “무상 서비스 기준이 제품 출시년도로 따진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다”며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 공지해놨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기막혀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AS 관련 불만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품 조달이 안 돼 몇 달이 지나도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거나 고객센터 연결이 잘 안 된다는 등 관련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주행기록을 저장해 교통사고 발생 시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필수적인 자동차용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 가입시 블랙박스 장착 여부에 따라 보험료도 할인받을 수 있다보니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보급대수 200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AS 관련 대응은 부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차량용 블랙박스 제조사의 경우 대부분 중소업체이다보니 AS센터를 잘 갖추지 못하거나 내부 규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팅크웨어(아이나비), 미동앤씨내마(유라이브), 다본다주식회사(다본다) 등 주요업체에 대한 불만이 올해에만 30건 이상 접수됐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산품 수리는 지체 없이 하되, 수리가 지체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 품질보증기간 이내일 때는 같은 종류의 물품 등으로 교환하되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이 불가능한 경우 환급해야 한다.

또한 품질보증기간 이내(구매일자 기준) 제품의 하자 발생 시 무상수리,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유상수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체가 법적 강제성이 없고 블랙박스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AS 관련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한 피해 소비자는 “블랙박스 AS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계속 항의하자니 마지못해 하는 죄송하다는 말뿐이라 그냥 끈질긴 고객이 된 것만 같다”며 “다른 제품도 아니고 블랙박스는 하루라도 빨리 장착해야 사고에 대비할텐데...너무 불안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