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저축보험의 '역습'...역마진 소비자에 전가 마찰
보장된 추가납입 거절하거나 최저보증이율만 적용
#사례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 모(여)씨는 지난 2000년 12월 모 생명보험사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은행 예금금리가 14~15%를 육박했었고 해당 상품의 최저보증이율도 6.5%에 달했을 정도. 추가납입 기능도 아낌없이 사용했는데 최근 들어 보험사로부터 추가납입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저금리 지속으로 손실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주 씨는 보험사 손해를 이유로 약관에도 규정돼있는 추가납입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결국 주씨는 보험사와 추가납입 상한선에 대한 합의를 봤지만 해당 보험사는 다른 가입자들도 추가납입을 요구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례2 경기도 안양에 사는 박 모(남)씨는 20년 전 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고정금리 7.5%를 보장하는데 10년 납입, 10년 거치 후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다음 달 연금 수령을 앞두고 박 씨는 깜짝 놀랐다. 월 60만 원 이상 지급으로 설계된 상품이었지만 실 수령액은 월 40만 원에 불과했다. 이유는 증액·가산연금은 보험사 사정에 따라 받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박 씨는 "가입 당시에는 이러한 단서조항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멋대로 보장 금액을 줄이다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확정 발표로 자본 확충이 시급해진 중소형사 생명보험사들이 과거 고금리 시기에 팔았던 저축성보험의 계약자 이익을 축소하고 있어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생보사들은 과거 시중금리가 10~11% 이상 고금리 시절이었을 당시 확정금리형으로 판매한 상품의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면서 추가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또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평가 기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도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자본 규모가 적은 중소형 생보사들은 계약자들의 권리 및 이윤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급한 불끄기에 나서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 고금리로 환급금 부담 커지자 추가납입 자제 요청하기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등 국내 주요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 6% 이상 상품을 판매하면서 단시간에 몸집을 크게 키웠다.
대부분 저축성 상품이었다. 그러나 현재 저금리 기조에서는 금리 리스크 때문에 일부 생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장성 보험에만 집중하고 있다. 저축성보험 역시 예정이율이 3% 미만으로 과거보다는 상당히 낮다.
최근 납입 및 거치기간이 평균 10~15년이었던 고금리 상품들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생보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시중 금리가 3% 미만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도 시중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터라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확정금리형 상품들은 애초 약속한 금리를 그대로 반영한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줘야하고, 변동금리 상품 역시 최저보증이율 만큼의 수익은 부담해야 한다. 당시 변동금리 상품 일부는 최저보증이율이 6~7%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생보사들의 투자운용수익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조정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9%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3% 중반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생보사들은 1~2%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운용수익이 줄어들자 일부 생보사들은 환급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고심중이다. 앞서 사례처럼 일부 생보사는 연금 상품에서 약관 상 만기 전까지 추가납입이 가능한데도 자제를 요청해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한 일부 고객들은 약관에 따라 생보사들이 최저보증이율 수준의 금리로 책정한 환급금만 돌려주자 가입 당시 예측한 수익률을 적용해달라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