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괴담] 수출용 차 강판은 내수용보다 두껍고 튼튼하다?
2017-05-31 박관훈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많은 국내 운전자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중의 하나는 ‘수출용 차는 내수용 보다 강판을 두껍게 해서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체가 만들어지는 공정상 내수용과 수출용 차체의 강판 두께를 다르게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게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자동차는 라인(Line)식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프레스-차체-도장-의장이라는 단계를 거친다. 각 제조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얼마나 라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완성차의 품질과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제작 공정 가운데 프레스와 차체 공정은 강판을 활용해 차량의 뼈대를 구축하는 단계다. 프레스 공정에서는 커다란 금형을 이용해 철판을 차량의 각 부문에 알맞는 모양으로 가공한다. 차체 공정에서는 로봇이나 거대한 기계를 이용해 가공된 철판으로 차량의 뼈대를 완성한다.
만약 서로 다른 두께의 강판을 사용하면 프레스와 차체 공정 단계부터 각기 다른 라인으로 설비를 갖춰야 한다. 두께 차이가 나는 차체가 늘어날 때 마다 설비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늘어난 설비를 감당해야 할 장소와 인력도 필요하다.
내수용 강판과 수출용 강판의 두께를 달리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강판 및 프레임 제작에 하등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내수용 차는 약하고 수출용 차는 강하다는 오해와 편견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국산차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일부 업체들의 국내 공장 생산 모델과 해외 공장 생산 모델에서 차이가 발생하며 괴담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과거 국산차 업체의 차량에서 국내 공장 생산 모델과 해외 공장 생산 모델 간 차이가 발견되며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다’는 괴담으로까지 확산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생산 공장이 달라서 각 지역마다 생산한 모델의 품질 차이가 발생한 가능성은 있지만, 동일한 국가에서 제작된 차량에 생산 단계에서 차별을 둔다는 것은 엄연한 오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애초에 다른 국가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의 경우 각각 그 나라의 특성과 규제 등에 맞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이름의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쉽지 않은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