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비행기표 취소해놓고 환불로 얼렁뚱땅 면피

여행 취소나 망치는 경우 허다하지만 규정없어 발동동

2017-06-07     조윤주 기자

여행사나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항공권이 취소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적절한 보상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와 갈등을 빚기 일쑤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여행사나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항공권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민원이 자주 제기된다. 주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노랑풍산처럼 항공권을 발권하는 여행사들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한 경우에도 드물긴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대부분 비행기가 출발하는 당일 출국 카운터에서 이런 내용을 알게 돼 대처를 할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실수로 취소처리하거나 영문 성명을 잘못 표기해 재발권 받기까지 발을 동동 구르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 몫이다. 

이같은 경우 소비자는 항공권 환불 외에 망친 일정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구하하지만  업체에선 규정이 없다며 선을 긋는 식이다. 사용하지 못한 항공권에 대해서는 환불 처리하고 일부 보상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와의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여행사에서 대행으로 구매한 항공권인 경우 수수료까지 지불하며 발권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여행사가 항공권 중개거래 판매업자다보니 처리가 더욱 어렵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여행업은 여행계약의 이행에 있어 여행종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여행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여행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도 신체상, 재산상 피해를 입혔을 때 여객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여행사 실수로 항공권 3개 노선 연달아 취소...타국에서 ‘발동동’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에 사는 노 모(여)씨는 지난 3월 부부동반 모임으로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부모님을 위해 노랑풍선여행사에서 지난해 11월 항공권을 예약해 결제까지 완료했다.

노 씨의 어머니는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당일 카운터에서 '항공권 예약이 취소됐다'는 안내를 받게 됐다. 온라인으로 예약 당시 영문이름을 잘못 입력해 변경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예약내역이 취소된 것. 다행히 예약 내역만 취소됐을 뿐 E-티켓이 있는 상황이라 탑승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또 발생했다. 자카르타에서 덴파사로 가는 항공권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도 취소된 사실을 현지 카운터에서 통보 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

노 씨는 “젊은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70이 다 돼가는 어르신이어서 너무 걱정이 됐다”며 “여행사에서 긴급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더 답답했다”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 항공사 직원 실수로 항공권 취소...생고생 후 여행 망쳐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윤 모(여)씨는 일본 오사카 여행을 계획했다. 3월26일 출발해 2박3일 일정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이스타항공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출발 당일 2시간 전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수속을 밟는데 어머니 항공권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야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취소 요청한 사람 대신 윤 씨 어머니 항공권이 잘못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장에서 추가로 결제하고 탑승 수속을 완료한 후 60대인 어머니와 뛰어서 출발 1분 전에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문제는 일본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너무 무리하게 뛰어서인지 오사카에 있는 동안 호텔방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아파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야했다는 게 윤 씨 주장이다.

한국에 도착한 이 씨가 항공사에 연락해 합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추가 수화물 무료 처리 및 할인 항공권 지급 외에는 “보상해 드릴 게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엉뚱한 비자 발급 항의하자 "책임질 일 없어" 전화 뚝

성남시 판교동에 이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하나투어 판매점을 찾았다.

중국에서 결혼한 동생의 18개월 된 아이는 현재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 비자기간에 맞춰 중국과 한국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3차례 90일 체류 비자를 발급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더 길게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문의하자 1년 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있다는 판매원 설명에 두말없이 발급받은 게 문제였다. 동생이 아이와 함께 중국 현지에 도착해서야 유효기간이 1년이고 체류기간은 30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해결방안을 문의하자 담당자는 “저희 과실이 아니어서 도움을 드릴 수는 있으나 책임을 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환불을 원하거나 배상을 요구한 적도, 그런 늬앙스로 말을 한 적도 없다”며 “단지 해결방안이 있을지 문의 차 연락했던 것뿐인데 이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다”고 황망해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