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현대차와 강판가격 협상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낸 까닭은?

2017-06-05     김국헌 기자

현대제철(대표 우유철)이 최근 마무리된 현대기아자동차와의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원료탄 가격상승분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올들어 자동차 판매가 순조롭지 않은 현대기아자차의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적용될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을 최근 마무리 지었다. 지난 2월부터 협상을 시작해 타결까지 무려 4개월이 걸렸다. 인상폭은 톤당 6만 원 수준으로 5월부터 소급적용된다. 올해 하반기까지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제철 입장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원료탄 가격상승분을 온전히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철광석, 석탄 등 원료탄 가격이 지난해 3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 원재료 투입가격이 톤당 4만 원, 올해 1분기에는 5만 원, 2분기에는 2만 원 등 총 12만 원 가량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하반기 원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가격상승분을 봉형강, 열연강판, 후판 등 제품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시켜 왔다. 하지만 차강판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번도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차강판 가격은 지난 2015년 11월 8만 원 인하된 후 변동이 없는 상태였다. 원가상승분을 온전히 제품가격에 반영하려면 톤당 12만 원 수준의 차강판 가격인상이 필요했지만 그에 절반인 6만 원 수준에 그쳤다.

늦어도 4월 말이면 타결될 것으로 보였던 현대기아차와의 차강판 가격협상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차 간에 입장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현대기아차에 판매한 차강판은 약 480만톤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500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차강판은 현대제철 영업이익의 60% 이상(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원료가격이 상승한 현대제철 입장에서 자동차강판 가격을 올려야 실적을 만회할 수 있고,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차강판 가격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서로 상충되는 입장이었지만 현대기아차의 올해 자동차 판매가 전례없는 부진을 기록하면서 차강판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으로 해석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5개월 내내 작년에 비해 해외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 5월에도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전년동기비 14.2% 감소한 35만7천대를 팔았고, 기아차는 전년동기비 9.8% 21만9천대를 판매하며 부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올 1분기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은 1조6천336억 원으로 전년동기비 17.3%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판매가 올해 들어 고전양상이 지속되며 협상이 길어졌고, 인상폭도 최소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향 차강판 인상폭이 최소로 그쳤지만 증권가에서는 현대제철의 2분기 실적은 4조8천억 원, 영업이익 4천억 원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원재료 가격조정으로 3분기 투입단가가 큰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낮은 차강판 인상폭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