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소니·도시바 등 일본기업 OLED TV '도전'에 미소 짓는 까닭은?

2017-06-08     김국헌 기자

LG전자(대표 조성진, 정도현)와 LG디스플레이(대표 한상범)가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들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진입에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OLED TV의 핵심부품인 패널을 단독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고객사가 늘어나서 좋고, LG전자 입장에서는 판매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시장이 단기간에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에게 일본 가전업체들은 경쟁자라기보다는 패널을 사주는 고객이자 QLED를 밀고 있는 삼성전자에 맞서 OLED시장을 키워나갈 든든한 '우군'인 셈이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최근 OLED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소니는 이달 10일부터 일본 국내에 OLED TV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브라비아(BRAVIA) OLED TV 'A1E' 시리즈 중 65·55형 등 2종이 판매되는데, 예상 시장 가격은 각각 80만엔(약 805만 원)과 50만엔(약 500만 원)이다.

소니는 OLED TV 시장에 처음 진입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세계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선보였으나 높은 생산원가와 판매난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지난 2010년 판매를 중지했다. 소니는 OLED TV 시장이 과거와 달리 성공을 확신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지금이 시장에 재도전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니는 OLED TV 판매를 늘려 올해 평판 TV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0%(금액 기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니 뿐만 아니라 일본 OLED TV 시장에 지난 3월 도시바가 참가했으며 파나소닉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나소닉은 일본 우츠노미야시 제조업혁신센터 내에 신설된 OLED TV 생산 라인을 지난달부터 풀가동하고 있다. 해외는 체코에서 최근 생산을 시작했으며 7월부터는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된다. 이는 16일로 예정된 '4K OLED TV 비에라2' 3종(모델명 EZ900·950·1000)의 출시 일정에 맞춘 생산 확대로 풀이된다.

도시바도 지난 3월 초 55인치 OLED TV를 일본에서 출시한 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도시바는 점진적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일본업체들이 앞다투어 OLED TV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방송 시장이 지상파 위주에서 스트리밍·다운로드 등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시장 급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화질은 HD급인 데 비해 온라인 영상은 4K(HD의 4배 화질) 이상의 고화질을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TV·영화 등을 시청하거나 고화질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화면·고화질 TV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 출처: IHS마킷

실제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21만8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급증했다. 세계 OLED TV 시장 규모는 2014년 7만7천대에서 올해는 138만대, 내년 250만대, 2021년 660만대, 2023년에는 1천4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차세대 TV로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디자인과 OLED 패널 가격의 합리화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소니의 경우에는 이전에 이미 OLED TV를 생산해본 경력도 있는데다 OLED TV가 초슬림, 높은 디자인 변형 자유도 등의 특성을 갖춰 일본 가전업체들의 구미에 더 맞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가 오랜 투자와 R&D 끝에 대형 OLED 패널 대량 양산에 성공한 이후 수년간의 원가절감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대를 낮춘 것도 주효했다.

LG디스플레이에게 있어 일본 가전업체들의 OLED TV 시장 진출은 큰 기회일 수 밖에 없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라는 각각 연간 1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진 고객사가 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파나소닉과 소니가 월 1만대 수준, LG전자의 올해 목표가 105만대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올해 140만대 분량의 패널을 팔 수 있다.

LG전자는 단독으로 생산하던 시장에서 일본 가전업체들의 가세로 시장경쟁이 심화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성장세라고는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금액 기준)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LG전자 혼자하는 마케팅과 홍보로는 시장파이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LG전자는 삼성전자(대표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QLED TV를 선택하며 완전히 다른 길로 가버린 가운데 LG전자는 일본 가전업체들의 가세로 OLED TV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작은 시장에서 작게 먹는 것보다 여러 업체들이 많이 뛰어들어서 판이 커지면 그 안에서 많이 가져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일본 가전업체들의 진출을 LG전자에 유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연구원은 "소니의 시장진입으로 OLED TV 시장에서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전체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LG전자의 OLED TV 판매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