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특검 ‘삼성생명 특혜’ 주장...증인 “외압 없었다” 진술
2017-06-09 정우진 기자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특혜 사례 중 하나로 제시했던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청탁 혐의’에 대해 법정에서 혐의 입증에 실패한 모양새다.
이를 검토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부장판사 김진동)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공판(2017고합194)을 속행한 가운데 이날 오전에는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현 금융위 상임위원)이 출석해 진술을 이어갔다.
삼성은 지난 2016년 1월 13일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이에 대해 사전 검토해줄 것을 관계당국인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한 달여 간 사전 검토를 통해 삼성생명이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보고한 바 있다.
금융위가 반대 입장을 정리해 삼성에 통보한 것은 2016년 2월이다. 특검은 이 당시 금융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월까지 한 달 동안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 계획의 원안을 고수한 것을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하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나 추정했다.
특히 특검은 2월 15일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이 청와대에 이를 조치를 해줄 것을 청탁한 것이 아니냐고 신문했다.
그러나 이 날 손 전 국장이 법정에서 재확인한 바에 따르면 금융위는 1월 27일과 2월 14일 청와대 담당 행정관과 안 전 수석 등에게 지주사 전환 계획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그 다음날인 2월 16일에도 금융위는 반대 입장을 삼성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손 전 국장은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외압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3월 13일에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3월 20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안 전 수석 등에 불가 방침을 재차 통보하는 등 입장의 변동이 없었다는 점 등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며 특검이 제기한 혐의가 무색해졌다.
삼성 측은 금융위의 반대가 지속되자 4월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이 외압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특검은 손 전 국장에게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시 이재용 부회장 등 그룹오너 일가의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문제나 삼성생명의 유배당계약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 등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의견을 묻는 방식의 신문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는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특검 측이 제기한 혐의 입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측은 또한 “유배당계약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내용 등은 삼성생명의 경영 이익 등의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추정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지속된 특검의 ‘의견 묻기’에 대해 삼성 측은 물론 김진동 재판관도 재차 고성을 내며 “의견제시와 질문을 섞어서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편 손 전 국장은 “지주사 전환 시 삼성생명 뿐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 특수관계인 등의 지배구조가 강화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2014년부터 카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사들이 시너지를 확대화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금융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권장해온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