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괴담] 수동차, 소형차가 연비 '갑'?

2017-06-26     박관훈 기자
다양한 소비생활에서 생겨난 오해와 편견은 ‘소비자 괴담’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해묵은 오해는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고 소비자와 기업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가진 오해와 편견, 고정관념을 심도 있게 짚어봄으로써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기업 죽이는 소비자 괴담..오해와 편견을 깨자'는 주제의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한다.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의 입장,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오해를 풀고 신뢰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 모(남)씨는 얼마 전 중고로 소형 승용차를 구매했다. 김 씨는 차량을 구매하기 전 다양한 항목을 고려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연비다. 실제로 김 씨가 여러 차량을 비교해 본 결과 소형차의 가격이 준중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비를 고려해 결정했다.  좋은 연비로 차량 유지비가 저렴하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김 씨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배기량이 적은 소형차나 경차가 중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또한 수동 기어 차량은 자동 기어 차량 보다 연비가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 연비에서는 소형차나 수동 기어 차량이 오히려 연비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차량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차의 연비가 중형차보다 못하거나 수동 차량이 오토 보다 연비가 안 좋다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당연히 경차나 소형차, 수동 기어 차량은 연비가 좋을 것이라 믿었던 소비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일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과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들은 “차량 기술력의 발전과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 등으로 배기량과 자동차의 크기, 그리고 기어 작동 방식이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지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 자동차 배기량별 평균연비 추이(단위 : km/L,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실제로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수동변속기 장착 자동차의 평균연비는 급격하게 악화됐으며, 자동변속기 장착 자동차의 연비는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 또한 2천cc 이하와 3천cc 이하 차량의 평균연비가 개선된 반면 경‧소형차의 평균 연비는 악화됐다.

이밖에도 차량의 특성에 따라서도 주행 연비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엔진 힘이 적은 차는 적재 중량과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운전자나 동승자의 몸무게가 가중되면서 차의 부담이 늘어나 연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량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경우 ‘공차중량/엔진마력’, 즉 마력당 무게가 10㎏에 가까운 차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이런 차가 실제 일반적인 운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경차의 경우 에어컨을 자주 켜거나 급가속을 자주하면 출력이 높은 차에 비해 오히려 연료를 더 많이 쓰게 된다. 반대로 경차 운전자는 짐을 덜어내고 경차에 맞는 운전습관을 익히면 연비 향상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이 처럼 차량의 연비 구분이 복잡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차량 모델별 특성에 대해 제조사들의 보다 세밀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모델의 발생하면서 단순히 저배기량이나 수동차량의 연비가 좋은 시절은 지났다”면서 “제조사들이 이에대해 보다 세밀한 차량 안내를 한다면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 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