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장주' 쟁탈전 치열...KB금융, 삼성생명-신한지주 제쳤다
2017-06-29 김건우 기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놓고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이하 KB금융)와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 이하 신한지주), 삼성생명(대표 김창수)의 다툼이 치열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생명이 금융 대장주로서의 입지가 확고했지만 올 들어 시중은행들의 호실적과 비은행 계열사 시너지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지주사의 가치가 급상승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신한지주가 삼성생명을 역전한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KB금융으로 1위 자리가 바뀌었다.
29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시총은 24조1천668억 원으로 삼성생명(23조7천억 원)과 신한지주(23조6천626억 원)를 제치고 금융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생명과 신한지주에 비해 시총이 1조 원 이상 차이가 났지만 올해 비은행계열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가치가 상승해 지난 29일 금융사 시총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말 (구)현대증권과 (구)KB투자증권의 통합법인 KB증권이 출범한 이후 올해 1분기 1천억 원 초반 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KB금융지주 포트폴리오의 약점이었던 증권 부문이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KB손해보험(대표 양종희)과 KB캐피탈(대표 박지우)의 완전 자회사 편입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추가적인 순이익 상승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다만 KB생명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주계열 생보사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은 약점이지만 KB금융이 지속적으로 비은행계열사 육성에 나서고 있고 은행 내에서 보험·증권·캐피탈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등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은행 본연의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자회사 성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거침없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 4월부터 은행, 손해보험, 캐피탈, 증권을 100% 보유하게 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당분간 추가적인 M&A보다는 시너지 극대화와 자회사 성장에 전략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그동안 삼성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 2월 초 삼성생명의 시총을 처음으로 추월하면서 금융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신한지주도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행장 위성호)을 중심으로 비은행계열사의 수익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은행계열사 비중과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포트폴리오상 가장 안정적인 금융지주회사의 모습을 갖춰갔다.
다만 최근 라이벌 KB금융에게 금융사 시총 1위를 빼았겼고 신한카드(대표 임영진)를 제외하면 비은행 계열사의 지주 기여도도 떨어지고 있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은행계열사의 분발이 필요하다. 29일 종가 기준으로는 KB금융에 이어 삼성생명에게도 시총이 뒤쳐졌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점유율이 약한 자회사도 있고 존재 의미가 있나 하는 자회사도 있다"면서 "1등을 못하는 데는 1등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한다"고 자회사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1위 자회사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아이타스(대표 이신기) 등 3개 사에 불과하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보험사로 경쟁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한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오히려 영업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최근 발생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운용수익률을 비롯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고 회계기준 변경 대비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9일 종가기준 약 25조5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미 삼성생명 시총(23조7천억 원)보다 많아 삼성생명의 지분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되어있다는 시장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카드)도 일제히 주가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SK증권 김도하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연납화보험료 성장성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계약마진의 상승에 따라 양호한 신계약가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특히 삼성생명의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삼성전자 지분은 장기간 보유 중인 상태로 처분 유인이 크지 않았으나 삼성자산의 자사주 소각 예정 및 각종 규제에 따라 중장기적인 매각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보유가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