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모를 액체에 젖어 수하물 녹아내려...보상두고 항공사와 갈등
2017-07-06 조윤주 기자
항공기 이용 후 수하물이 파손됐다면 발견 즉시 업체에 알리고 보상 범위를 협의해야 한다.
뒤늦게 처리하려다 보면 사건 경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체의 처리 과정만 믿지 말고 증거 등을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사는 전 모(남)씨도 수하물이 파손됐지만 즉시 알리지 않았다가 금전적인 손해와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지난 3월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며 이스타항공을 탔다는 전 씨. 수화물 벨트에서 뭔가에 젖은 상태로 전 씨 가방이 나왔다. 그 앞에 나온 누군가의 핑크색 캐리어는 일부가 깨진 채 흠뻑 젖은 상태였다.
물이려니 생각하고 공항 화장실에서 겉면만 대충 닦고 집으로 돌아온 게 화근이었다.
가방을 열어 보니 내부까지 다 젖어 있는데다 안에 있던 흰옷은 액체가 묻은 부분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삭았으며 운동화는 염산을 뿌린 것처럼 녹아내려 있었다는 게 전 씨 주장이다. 그제야 물이 아닌 유해물질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고.
즉시 인천공항의 이스타항공 측에 연결하려고 했지만 밤 11시가 돼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음날인 3월9일 피해 내용을 이스타항공에 알리고 이메일로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이스타항공 측은 당일 전 씨와 같이 캐리어가 젖었다고 찾아온 다른 승객들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또 액체류에 의한 파손은 규정상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전 씨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현금 2만 원과 이스타항공 상품권 5만 원을 보상으로 제안했다.
전 씨는 "이스타항공에서 처음엔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서는 것 같아 금방 해결될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시간만 끌다가 CCTV도 확인할 수 없게 돼 블랙컨슈머 취급만 당하게 됐다"며 "분명 나와 같은 일로 항의하는 고객이 있다고 말해놓고 뒤늦게는 나밖에 그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전 씨에게 제안한 보상안은 국토부의 국제선 운송약관을 바탕으로 당사의 세부 수하물 파손 보상 범위에 근거해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수하물시설팀으로 위탁수하물의 민원접수 건을 문의했으나, 해당일 유사접수가 한 건도 없었으며 당일 벨트 내에 이상물질이 확인된 바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전 씨가 주장하는 심각한 오염의 원인과 장소,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으로 외부요인(벨트상 문제나 타 승객 가방)의 오염피해라고 판단하기 어려워 액체성분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