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자동차 고장에 소비자 울화통...보상은?
완성차업체들 "원인파악 시간 소요 불가피"
# 문제 없다던 차량 5년 후 결국 리콜 경남 합천군에 사는 금 모(남)씨는 5년 전 기아차 쏘렌토를 구매했다. 금 씨에 따르면 매년 겨울 히터를 사용할 때마다 심한 매연 냄새가 발생해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금 씨의 아내가 심한 두통을 호소해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서비스센터는 매번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입장뿐이었지만 최근 이 모델은 연료 호스계통 결합 등으로 리콜 조치됐다. 금 씨는 “지금껏 아무 문제가 없다더니...결국 차량에 문제가 있어도 업체측이 이를 부정하면 소비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억울해했다.
# 엔진경고등 켜져 불안한데 원인 몰라 대전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013년 현대차 투산을 구매했다. 최근 차량에서 엔진 경고등이 잇따라 켜지며 불안함을 느낀 이 씨가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수차례 점검 후에도 정확한 원인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씨는 “엔진 경고등이 들어 올 정도면 중대결함이 아니냐”면서 “원인 파악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보증기간이 지나 무상수리는 안된다고만 하니 답답하하다”고 호소했다.
각종 차량 결함에 대해 제조사들이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들은 업체측이 차량 결함의 원인을 못 찾지 못해 수리를 못하거나, 아예 정상이라고 잡아떼며 보상을 피하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 놓는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계는 결함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의 원성이 잦아지는 것은 최근 차량 내 첨단 장치 등 탑재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관련 부품 종류도 다양해지다보니 예전보다 결함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정비사업소에 접수되는 차량 결함 정보에 대해서는 전부 본사 연구팀에 보고가 된다”면서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못 찾는 경우는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당장 운행을 하지 못하는 등 해결이 시급한 경우에는 본사 전담 연구팀이 해당 정비사업소에 직접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 관계자 역시 “차량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서비스센터나 본사에서도 분야를 세분화 해 담당 인력을 늘리고 있다”면서 “한 예로 차량 내 전자 장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본사의 연구개발 조직에 전장을 담당하는 전문 연구 인력을 늘리거나, 서비스 현장에서의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업계는 결함 건수가 늘어날수록 해결이 늦어져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조차도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보상 절차를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결함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각 업체마다 내부 방침에 따라 소비자와의 원만한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조사 측의 보다 투명하고 철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개인 정비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국내 사정상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에 원인 파악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업체 측이 결함 원인을 밝히지 못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