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을 버리고 고객의 신뢰를 선택한 LG전자 '빛났다'

2017-07-13     김국헌 기자

올해 중순부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LG전자 LCD TV 액정불량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글이 수십건 올라왔다.

내용은 동일했다. LG전자에서 생산한 일부 LCD TV의 백라이트 액정에서 하얀 반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주로 2014년 출시된 제품에서 민원이 많았다. 'LG TV 백라이트 액정 패널 불량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페는 개설된 이후 가입한 회원이 1천500명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LG전자는 지난 10일부로 이 제품의 무상보증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생산된 일부 LCD TV에서 하얀 반점이 생기는 증상을 확인했다. LCD TV 후면의 LED 백라이트에 부착된 확산렌즈 중 일부 렌즈가 접착불량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난 증상이었다고 설명했다.

LCD 패널 뒤에는 화면을 밝게 해주는 수십 개의 LED가 있는데 확산렌즈는 각각의 LED의 앞면에 부착돼 빛을 고르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2014년에 생산된 제품들에서 주로 발생한 문제였으므로 소비자들은 올해 수리를 받으면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보증기간이 지나  이미 유료로 불량을 수리한 소비자들로부터 발생했다.  소비자들이 고객센터, 서비스센터에 이에대해 문의하자 이미 수리한 소비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LG전자 조치 이전에 30~40만 원이나 주고 액정패널을 교체수리한 소비자들은 지난 11일 억울한 마음을 소비자고발센터와 한국소비자원 등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이상이 생겼는데 수리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 사람이 어디있나"라며 "모든 소비자가 동등하게 서비스를 받고 혜택을 받아야 되는 게 아니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LG전자는 무상보증 기간을 늘려주기로 결정한지 하루 만인 11일 오후 4시 경 보도자료를 내고 구매시기와 상관없이 무상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증상으로 이미 유상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는 수리금액을 전액 환급키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대책회의를 한 결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고객불편을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수리비를 환급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이같은 신속한 결정에 소비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자칫 소비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잃을 수 있는 위기를 신속한 결정을 통해 오히려 소비자 신뢰를 얻는 기회로 살렸다.

현재 관련 까페 회원수만 1천500명에 달하는만큼 이번 결정으로 상당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하지만 LG전자는 돈을 버리고 고객의 신뢰를 택했다.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인 고객관계를 지향하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지켜낸 점은 여타 많은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