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물세탁 말도 많고 탈도 많네...누구 책임?

두루뭉술한 매뉴얼식 안내 후 책임은 온통 소비자 몫

2017-08-25     조지윤 기자

물빠짐, 이염 등 운동화 세탁과 관련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값비싼 유명 브랜드 운동화라도 한 번 세탁하고 나면 도저히 신을 수 없을만큼 변형돼 사실상 '일회용' 제품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운동화는 한 번 세탁하면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 하자가 의심돼도 업체에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탁방법에 대한 안내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운동화는 당연히 세탁해서 신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세탁하거나 세탁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물세탁조차 불가능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헝겊 등에 물을 적셔 오염 부위를 닦아내는 정도의 세탁만 권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송 모(여)씨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유명 수입 브랜드 매장에서 아이 운동화를 구입한 뒤 세탁 문제로 불편을 겪었다. 아동용 운동화로 당연히 물세탁이 가능할줄 알았다는 송 씨. 하지만 세탁 후 물빠짐으로 엉망이 돼버렸다.

'물세탁이 금지된 제품'이라는 매장 측 안내에 왜 운동화를 팔 때 설명하지 않았냐고 묻자 "소비자가 세탁법을 물으면 답하지만 굳이 판매 시마다 공지할 의무는 없다"는 답이 전부였다고.

본사 고객센터 측에 문의하자 상담원은 판매 시 신발에 부착된 태그에 주의사항으로 물세탁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해놨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송 씨는 "구입 직후 아이에게 신기느라 태그를 떼버려 보지 못했지만 지금껏 운동화 상품태그에 봤을 때 각 상품별 특징을 모두 망라해서 안내하지 개별 주의사항을 기재한 상품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브랜드 직영점에서 운동화를 구입한 뒤 처음 세탁했는데 물이 빠져버렸다”면서 “가죽제품도 아니고 천으로 된 신발인데 빨지 말고 신으라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장에 문의하자 세탁 시 물빠짐 현상은 당연하다며 소비자 과실을 주장했다.  

▲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접수된 세탁 후 이염 및 손상이 발생한 운동화들

◆ 개별 상품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매뉴얼식 안내가 전부

보통 운동화 세탁 관련 정보는 제품에 부착된 종이 태그에 쓰인 주의사항 중 포함되거나 별도 인쇄물로 포장박스에 들어있는 식이다. 의류의 경우 섬유 혼용률 및 세탁 시 주의사항 등이 기재된 안전품질표시사항이 제품 내 부착되지만 운동화는 제품에 부착 시 착용에 불편이 생길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태그에 포함된 정보는 매우 작은 글씨로 쓰여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포장박스에 들어있는 별도 인쇄물에 세탁법이 기재된 경우 매장에서 진열된 신발만으로는 세탁정보를 알 수 없다. 매장 직원이 세탁법에 대해 안내하는 경우도 드물다.

게다가 세탁 관련 정보를 포함한 주의사항의 경우 개별 제품에 대한 각각의 설명이 표기된 것이 아닌 ‘천연가죽의 경우.... 스웨이드 제품은...’ 식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표기되고 있어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재질 등을 스스로 파악해 세탁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운동화의 경우 사용되는 소재가 크게 다양하지 않다. 면 제품에 인조가죽이 들어갔거나 소가죽이 들어갔거나 하는 식”이라며 “반면 제품 모델은 워낙 많아 각각 주의사항을 표기하기보다는 매뉴얼적인 차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화 제품은 세탁 시 변형이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빨지 말고 오염된 부분을 솔로 털어내는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러한 내용을 매장에서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 세탁업체에 의뢰한 경우에도 멀쩡했던 신발이 누더기가 돼서 돌아왔다는 등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올들어 접수된 관련 민원이 30여건이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1년 6개월간 신발제품심의위원회 하자 원인 규명 심의가 이뤄진 481건을 확인한 결과 347건(72.1%)이 사업자(세탁업자, 신발 제조·판매업자)의 귀책사유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세탁방법 부적합(28.5%), 과세탁(9.8%) 등 세탁업자 과실인 경우가 210건으로 43.6%를 차지했다. 내구성 불량(13.1%), 세탁견뢰도 불량(7.3%) 등 신발자체 품질하자로 제조·판매업자 과실인 경우는 137건(28.5%)으로 나타났다.

전문 세탁업체를 통해 세탁해도 물세탁 시 경화, 이염, 변색 등 신발 손상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