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상향 평준화'...노력의 결과인가, 등급 인플레인가?

2017-08-28     김건우 기자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에서 다수 금융회사들이 '보통'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평가 이후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 업무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 향상됐고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 각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기본규범으로 정착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평가 이후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기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 결과도 반영됐다는 것.

하지만 각 금융회사들에 대한 우수 평가가 역설적으로 평가 제도의 변별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방적인 '망신주기'도 근절되어야 하지만 지나친 고평가가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변별력을 흐리게 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전체 금융회사 중 90%가 '보통' 이상.. 금감원 "절대 평가 때문이다"

이번 평가는 각 업권 별로 소비자 민원건수를 근거로 총 64개 금융회사가 선정돼 평가가 이뤄졌다. 64개 금융회사 중 전 항목에서 '보통' 평가 이상을 받은 금융회사는 무려 58개 회사에 달할 정도로 평가가 상향 평준화됐다.

지난해 1회 평가 이후 각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를 했고 이에 대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특히 카드사들의 평가가 크게 향상됐는데 지난해 평가 발표 이후 카드사들의 문의가 상당히 많았고 올해 2분기에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도 독보적으로 준비를 많이 한 업권이었다는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게다가 계량과 비계량항목 모두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금감원 가이드라인 이상만 충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금융회사들이 자연스럽게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따라 올 수 있도록 유인책이 됐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각 금융회사에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금융회사 소비자보호부서 등 일선 현장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많은 신경을 썼다"면서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끌어올리는 평가 취지에도 부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업권 별로도 평가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을 들어 무조건적인 온정주의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과 카드업권은 다수가 양호 평가를 받았지만 증권이나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우수했는데 평균 8~9개 부문에서 '양호' 평가를 받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평가에서도 '미흡' 평가를 받은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카드사들의 평가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향상됐는데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지난해 평가 발표 이후 카드사들이 금감원 평가 기준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있었고 이번 평가에 대비해서도 많은 준비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평가 준비를 철저히 대비한 것이 결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민원이 많은 생명보험·손해보험사는 민원 건수가 늘면서 계량 평가에서 다소 하락했고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비계량평가인 소비자보호 조직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은 타 업권에 비해 민원건수가 적고 회사 간 인수합병 사례가 빈번해 소비자보호 조직 및 시스템 확충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카드사 7곳 중 4곳이 만점... 소비자는 혼란

반면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는 금융회사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각 회사들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좋은 자료이지만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카드업권은 조사대상 7개 사 중에서 무려 4개 사가 10개 평가항목 모두 '양호' 등급을 맞았다. 나머지 3개 카드사 역시 각 1개 항목에서만 '보통' 등급이었고 나머지는 '양호' 등급을 받아 사실상 모든 카드사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전체 금융회사로 범위를 넓혀도 '미흡' 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총 16개 사(중복 포함)에 불과했다. 은행과 카드사는 모두 '보통' 등급 이상이었고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미흡등급이 전체의 1%, 생보사와 손보사도 2%에 불과했다.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 평가에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발표대로 생·손보 등 일부 업권에서는 민원 건수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고 지난해 일부 금융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 금융사기 피해,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이슈 등 대형 악재도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후한 평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회 평가 이후에도 현재 3등급제인 등급 체계를 '양호'와 '보통' 등급을 세분화해 5개 등급으로 나누는 방향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올해 평가까지 기존 3등급제를 유지하고 추후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추후 평가제도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민원건수 위주의 5등급 평가제는 명확히 구분이 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현 체제에서는 평가 항목도 10개로 늘어 세분화된 평가가 이뤄졌다고 본다"면서 "각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 기초체력과 역량을 끌어올리는 본 평가제도 취지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