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 부품판매 절대 거부..."소비자는 제품 손대지 마"
분해과정서 다른 고장 우려...자가수리후 AS중단
가전제품 부품의 개별 판매를 놓고 소비자와 제조사 간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작은 부품마저 판매하지 않는 건 수리비를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반면, 제조사는 분해, 조립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부품만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노비타 비데를 사용중이다. 최근 비데가 고장나 고쳐보려고 해체를 해보니 스스로 고칠 수 있겠다 싶어 부품을 구입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본사에서 일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이유였다. 노비타 고객센터에서는 "판매금지 사유는 알지 못하며 고장이 나면 AS를 신청하라"고만 해 이 씨는 결국 수리를 포기했다.
대구광역시 북구 서변로에 사는 최 모(여)씨는 사무실 시스템 에어컨의 통신장애 발생으로 AS를 받았다. 통신칩을 갈아끼우기만 하면 되는 문제라는 걸 확인하고 차후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부품만 구입할 방법을 문의했다. 하지만 반드시 AS기사가 방문해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최 씨는 "부품값보다 공임이 2.5배나 비싸고, 기술자가 아닌 일반인도 간단히 할 수 있는 교체 부품에 대해서도 판매를 거부하는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생활가전 부품 별도 판매 제한...자가수리하면 공식 AS중단
다양한 정보 공유로 소비자들의 가전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고장난 제품을 스스로 수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상의 각종 카페, 블로그에는 에어컨, 냉장고 등 분해가 어려운 가전제품들도 척척 분해해 수리에 성공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리 과정에서 부품이 필요한 경우 제조사들의 판매거부로 인해 갈등을 벌어지기도 한다. 컴퓨터의 경우 조립컴퓨터가 대중화되다 보니 부품 구매가 어렵지 않지만 냉장고, 세탁기, 비데, 에어컨 등의 생활가전 제품들은 제조사사 부품 판매를 거부할 경우 수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사에서 부품만 수급하면 고칠 수 있는데 비싼 공임료를 줘야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제조사 입장에선 일반 소비자가 수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비춰진다. 간단한 수리라도 제품을 분해했다 다시 조립하는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센터에서는 일반인에게는 부품을 판매하지 않으며, 오직 서비스센터 기사를 통해서만 수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같은 이유로 자가 수리 후에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AS를 지원하지 않는다. 자가 수리 후 발생한 제품 이상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제조사 관계자는 "생활가전 제품들의 부품은 따로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제품을 분해하고 수리하려면 관련 기술을 보유해야 하는데 일반인은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분해, 조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