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출신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 금융개혁 적격성 놓고 '갑론을박'

2017-09-06     김건우 기자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내정된 가운데 최 내정자가 금감원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 내정자

우선 최초의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금융 전문가로서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산적해있는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라는 긍정적 평가가 제기된다.

반면, 민간 금융사 출신이라는 점이 금융감독원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 내정자의 신임 금감원장 임명 안건이 의결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최 내정자를 금감원장으로 공식 임명할 예정이다. 전임자인 진웅섭 전 원장은 6일 오후 이임식을 가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 민간 출신 첫 금감원 수장... 금융전문가 적합 판단 내려

최 내정자는 그동안 신임 금감원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관료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그동안 금감원장 후보군으로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 관료 출신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 대표는 심인숙 중앙대 교수와 함께 민간 출신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도 최 내정자가 금감원 수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이어지자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심지어 금감원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사정기관 출신으로 금감원의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 경력이 일천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결국 김조원 카드를 내려놓고 민간 출신의 최 내정자 카드를 꺼냈다.

금융위는 최 내정자가 오랜 기간 동안 금융분야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치며 폭넓은 연구실적 및 실무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추어 금융감독원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돼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 내정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도핀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료한 뒤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위원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금융감독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고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은 금융 전문가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고문을 역임하면서 2015년 7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역임해오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금감원장 내정으로 인해 금융권의 중심에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특히 관료주의 사회에 개혁적 성향을 가진 민간 인사를 적극 기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인사 기조에도 부합하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관료 출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민간 출신의 최 내정자와의 향후 시너지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 금융개혁 적임자로서는 의문.. 금감원 노조 즉각 반발

하지만 최 내정자의 임명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 금융 적폐청산의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금융감독 기구에 민간 출신 수장이 임명되면 오히려 금융시장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금감원 노조에서도 반대 의사를 꺼냈다. 금감원 노조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최 내정자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는 점을 들어 최 내정자를 임명하면 금감원장이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의 금융시장 장악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반대 성명을 냈다.

실제로 최 내정자는 김승유 전 회장과 3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에 부임했을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이 직접 영입에 나설 정도로 신임을 얻은 바 있다.

무엇보다 김 전 회장이 최근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 비상근 고문으로 금융권에서 활동을 재개한 점도 최 내정자의 임명에 불편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시장 안착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6월 말 고문직을 수락했다. 

노조에서는 "현재 KEB하나은행이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그 조력자가 승진했고 이에 대한 검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나금융 출신의 최 내정자를 임명 제청한 것이 과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부합하는가"라며 최 내정자가 금융개혁의 적임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기능을 수행해야하는 금감원 특성상 특정 금융회사 출신 인물이 수장으로 선임되는 점은 금감원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금감원은 향후 금융당국의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문제를 비롯해 가계부채 대책 발표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해있다는 점에서 민간 출신의 개혁적 성향의 인사보다는 안정적인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간에 나온 하마평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최 내정자가 금감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향후 정책기조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면서 "최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두고 찬반 양론이 심하게 대립하면서 임명 이후에도 상당한 내홍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