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오작동 '빈번'...증발기방식 시간 오래 걸려
얼음정수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양 모(여)씨는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를 월 5만 원에 렌탈 사용중이다. 하지만 얼음이 잘 얼지도 않거니와 녹거나 깨져서 나오는 사례가 빈번했다. 제빙시간은 6시간이나 걸리고, 소음도 컸다. 부품을 교환했지만 증상이 여전했다.
AS기사는 얼음정수기는 원래 깨져서 나오는 거라는 황당한 설명뿐이었다고. 양 씨는 "얼음이 녹고 깨져서 나오는 얼음정수기를 누가 돈 주면서 사용하겠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고 모(여)씨. 여름 시즌 손님들에게 아이스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2월 쿠쿠전자 얼음정수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6~7개월 사용하면서 이해못할 오작동 때문에 AS를 5번이나 불러야 했다. 저절로 얼음이 쏟아지는가 하면 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고 씨는 "얼음정수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장사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얼음정수기는 지난 2003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SK매직, 쿠쿠전자 등의 업체들이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얼음정수기는 최근엔 커피, 탄산수 얼음정수기 등도 출시되는 등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보통 렌탈방식의 계약이 선호된다.
얼음정수기를 사용해서 편하고 좋다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얼음정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제보가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올해 얼음정수기 하자 및 오작동으로 인한 제보건수만 20건 이상 접수됐고, 각종 포탈사이트 까페에서도 관련 민원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얼음 제대로 안 만들어지고 소음에 고액의 수리비 부담까지
얼음정수기 하자 제보 중 가장 많은 증상은 얼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음이 녹아서 나오거나 부스러져 나오고 심지어는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콤프 쪽 이상인 경우가 많으며 냉매가 빠져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긴 제빙시간과 소음은 덤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얼음정수기가 증발기 방식을 이용해 제빙을 하기 때문이다. 증발기 방식은 증발기에 냉매를 흘려 물을 냉각한 후 얼음을 만들고 히터에 열을 가해 얼음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손가락처럼 생긴 증발기 장치에 물이 닿으면 표면에 고드름이 생기듯 천천히 얼음이 맺히고 열을 가하면 맺혀 있던 얼음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천천히 얼음이 맺히기 때문에 충분한 제빙량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얼음이 맺혔다가 떨어질 때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일부 제품은 기계결함으로 제빙시간과 소음이 심각한 경우가 있다.
품질보증기간 안이면 무상수리가 진행되지만 이 기간이 지나 유상수리로 진행될 경우 막대한 수리비가 청구될 수 있다. 얼음정수기의 작동원리가 복잡한 만큼 수리비도 일반 정수기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비자는 빠진 냉매 보충에 수리비 30~40만 원을 청구받았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리를 한다고 해서 완전히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AS를 받았음에도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는 제보들이 많다.
한 AS 수리기사는 "얼음정수기는 일반 정수기에 비해 고장사유가 워낙 다양해 전용테스터기로도 오류원인을 잡아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제품하자로 렌탈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면 제조사 측은 위약금을 내야 해지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하자로 인한 해지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업체 측으로부터 위약금 요청을 받았다는 제보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수기 등 임대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고장, 훼손 및 손해 발생의 경우 품질보증기간과 관계없이 무상수리, 부품교환 및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품하자도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포함된다.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장애발생의 경우 위약금은 커녕 등록비 상당의 손해배상금액을 오히려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소비자는 해지월의 실제 사용일까지의 사용기간에 비례하여 정산한 월임대료만 사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이와 관련 정수기업체 관계자는 "얼음정수기가 자체결함으로 고장이 많이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제품하자로 인한 것이 확실하다면 새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해지시 위약금을 받지 않고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