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험금 지급률 상승 '비상'...NH농협생명 10대사 중 최대폭 올라
국내 10대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금지급률이 대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시장의 포화로 수입 보험료가 줄어든 반면, 저축성 보험의 만기도래로 인해 지급 보험료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금 지급률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전체 수입보험료에 대한 지급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25개 생보사의 평균 보험금 지급률은 전년 동기대비 8.5% 포인트 상승한 63.2%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생보사에 수입 보험료로 100만 원이 들어왔으면 그 중 63만2천 원은 지급 보험료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생보사 중에서 보험금 지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NH농협생명이었다. 농협생명의 보험금 지급률은 86.2%로 전년 대비 무려 23% 포인트 상승했는데 보험금 지급률이 두 번째로 많은 한화생명보다 17.8% 포인트나 높을 정도로 보험금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농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5조8천481억 원에서 5조898억 원으로 약 13% 감소한데 비해 지급 보험금은 3조6천977억 원에서 4조3천891억 원으로 18.7% 증가하면서 보험금 지급률이 급상승하게 된 원인이 됐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2월까지 보험금 지급률을 60% 초반으로 유지했지만 올해 1월 79.2%로 급상승했고 이후 점진적으로 보험급 지급률이 상승하고 있다.
농협생명 측은 "저축성 보험 만기도래가 많이 되어서 보험금 지급률이 일시적으로 타사 대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농협생명을 제외하고도 10대 생보사 중에서는 ING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한화생명(13.0%p), 동양생명(13.4%p), 흥국생명(13.1%p) 등 3개 사가 10% 포인트 이상 올랐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도 평균 5~8% 포인트씩 보험금 지급률이 상승했다.
한편 10대 생보사 외에도 25개 전체 생보사를 살펴봐도 5개 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험금 지급률이 상승했다.
보험계약 모수 자체가 적은 BNP파리바생명이 전년 대비 83.1% 포인트 상승한 278%를 기록했고 KB생명(30.3%p), 현대라이프생명(27.8%p), 처브라이프생명(23.7%p) 등 중·소형사들의 보험금 지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생보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BL생명은 같은 기간 137.5%에서 53.6%로 83.9% 포인트 급감하면서 전체 업권 흐름과는 대조를 보였다. ABL생명은 같은 기간 지급 보험금이 9천364억 원에서 9천432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입 보험료가 6천813억 원에서 1조7천582억 원으로 2.6배 폭증하면서 전체적으로 보험금 지급률이 하락하는 효과를 봤다.
실제로 ABL생명은 지난해 말 안방보험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저축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ABL생명의 초회 보험료 중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의 수입보험료는 9천88억 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의 91.7%에 달했는데 직전년도에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는 전무하다시피했다. 방카슈랑스에서는 주로 저축성 보험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이를 방증하고 있다.
ABL생명 측은 "올해 초부터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초회 보험료가 많은 저축성 보험 특성상 수입 보험료가 급증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률이 이처럼 상승한 것은 생보사들이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장성 상품을 주로 판매하면서 초회 보험료 비중이 높은 저축성 상품의 판매 감소로 인해 수입 보험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에 판매했던 저축성 상품의 만기 도래가 이어지면서 보험금 지급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생보사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보장성 상품 확대에 따른 지급률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