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고베제강 스캔들' 직격탄...20% 점유율 좌절?

품질 데이터 조작된 자재 사용으로 소비자 외면

2017-10-31     김국헌 기자

'고베제강 사태'에 대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승승장구하던 일본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20% 문턱에서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고베제강은 일본 철강 3위, 알루미늄 합금 분야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으로 자동차, 건설, 철도, 항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철과 알루미늄, 구리 등 비철제품들을 공급해왔다.

지난 10월 초 고베제강이 알루미늄과 구리제품에 대한 품질 데이터를 10년 이상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철강제품에 대한 데이터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수출용에도 문제 제품이 사용됐고, 소재 산업의 특성상 부실 제품이 총 200여개 고객사를 거쳐 다양한 상품 생산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최근에는 미국 사법당국도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 고베제강 알루미늄 사용한 일본차 업계..."안전성 문제 없다" 밝혀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알루미늄을 일본 주요 자동차사들이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비자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도요타는 보닛과 트렁크 도어에, 닛산과 혼다는 보닛과 도어에, 마쓰다와 스마루, 미쓰비시자동차는 자동차 일부 부품에, 스즈키는 오토바이 일부 부품에 고베제강산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고베제강은 공개사과를 하면서 "납품된 자재들이 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이미 제작된 자동차사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고객사가 직접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자동차사에 안전책임을 떠넘겼다. 

고베제강 사태 이후 일본 자동차사들은 고베제강 제품을 채용한 자동차의 안전성 실험에 돌입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고베제강에서 납품받은 알루미늄 판의 강도와 내구성을 검사한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닛산도 알루미늄 자재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혼다와 마쯔다도 보닛 등에 사용중이던 고베제강 알루미늄이 자체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한국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 국내 법인들도 이같은 일본 측 입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 소비자들 의혹 여전...일본차 구매 금감 분위기

하지만 기존 차량을 구매한 차주들은 안전성을 믿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고, 구매를 고려했던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혼다 어코드의 경우 신차 출시 이후 지속된 녹 발생으로 국토부가 조사에 나선 결과 부품 자체 결함이 제기된 바 있는데 고베제강 제품 때문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혼다는 CR-V 모델 내 녹·부식 논란을 겪으며 지난 8월 판매가 46% 급감한 541대에 그쳤다.

한 소비자는 "일본 차량을 구매하려고 계약금을 넣은 상태인데 취소해야겠다"며 "고베제강 제품을 쓴 차들이 특히 겁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단순 부품교환이나 보증기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며 "문제가 제기되는 차종 오너로써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번 고베제강 사태로 승승장구하던 일본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20% 문턱에서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일본 자동차사들의 명단이 공개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피하면서 판매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9월까지 일본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8.6%로 전년동기 대비 3.6%포인트 상승하며 20%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업계는 일본산 철강재를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해명해도 고베제강 스캔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며 "자체 안전조사를 발표해도 소비자들이 믿지 않고 판매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