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OLED TV에 날선 비판하는 까닭은?
삼성전자(대표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가 LG전자(대표 정도현, 조성진)의 OLED TV에 대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 QLED TV의 강력한 경쟁자로 OLED TV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공식 블로그 '뉴스룸'에 미국의 IT 매체 '알팅스'가 지난 달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번인 비교 실험'의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OLED 패널을 집중 공격했다. 번인현상은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둘 경우 화면에 잔상(얼룩)이 영구적으로 남는 현상이다.
이 실험은 OLED TV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LED(발광다이오드) TV 등 3종류의 TV에 '알팅스' 로고 이미지를 10분 동안 켜놓은 뒤 잔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실험 결과 QLED TV는 10점 만점에 10점을, OLED TV는 5.5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결과에 대해 "장시간 사용하는 TV나 게이밍 모니터의 경우는 OLED의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에 삼성 측은 "있는 사실을 말한 것으로 네거티브가 아닌 소비자 알 권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유튜브에 QLED TV와 OLED TV가 12시간 게임을 한 뒤 잔상 화면을 비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LG전자의 OLED 패널의 잔상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LG전자 OLED TV를 12시간 사용하니, 잔상이 남았지만 삼성전자의 QLED TV는 그렇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조사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에이치에스(IHS)의 조사결과 프리미엄 TV시잠 점유율 1위가 OLED TV로 나오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집계 방식에 차이 있다 주장하며 삼성전자가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 중이라고 다른 조사단체 결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공세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많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비방광고를 해 온 것은 주로 LG전자 쪽이었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LG베스트샵에 자사 노트북 제품인 울트라PC '그램'을 홍보하면서 삼성전자의 아티브북 시리즈에 대해 '저가형' '싸구려' 등 원색적 비방을 마케팅에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빈축을 샀다.
V30 출시 초기에는 '너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생겼어'라는 메모를 적은 노트를 찍어 버리는 티저광고를 내보내며 갤럭시노트8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가 LG전자 제품에 네거티브 마케팅을 펼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OLED TV시장 활짝 개화...LG 실적으로 증명 반면 삼성 이렇다할 성적표 못 내놔
그동안 성장세가 멈춰왔다과 평가받던 글로벌 TV시장은 OLED, QLED 등 프리미엄 신제품의 등장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QLED 진영과 LG전자를 주축으로 한 OLED 진영이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펼쳐질 거대한 프리미엄 TV시장의 주도권이 걸려있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수년 전 소형 OLED로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TV용인 대형 OLED TV 생산에도 뛰어들 것이라 예측돼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형 OLED의 사업성이 낮다며 일찌감치 OLED 패널 생산을 포기했다. 대신 LCD 패널 기반의 QLED를 선택하고 포럼 등을 통해 QLED가 진정한 차세대 TV기술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그런데 좀처럼 열리지 않던 OLED TV시장이 올해 들어 활짝 개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LG전자 OLED TV가 지난 9월 최초로 1만대를 돌파했다. 4분마다 한 대꼴로 팔려나간 것으로 올 초 대비 두배의 판매기록이다. 현재 국내에서 LG전자의 올레드TV 매출 비중은 30%를 넘겼다. 글로벌 OLED TV 판매량도 급증 추세다. 지난 2015년 31만대에 그쳤던 OLED TV 판매량이 2016년 67만대로 증가했고, 올해 3분기까지 2016년 판매량에 육박했다. 올해 LG전자의 OLED TV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2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LED TV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뛰어난 화질에 가격이 합리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OLED 수율이 높아지면서 패널 단가도 하락하고 있다. 55형 올레드 TV 가격은 200만 원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프리미엄급 LCD TV와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LG전자가 올레드 TV를 처음 출시한 2013년에는 1천500만 원이었다.
OLED TV 판매급증에 힘입어 LG전자 HE사업부는 3분기 매출 4조6천억 원, 영업이익 4천58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분기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9%로 올해 3분까지 지난해 HE사업부 연간 영업이익 1조2374억원의 96% 가량을 이미 벌어들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이렇다할 QLED TV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 등 CE부문 전 사업부는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CE부문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올해 26조6천98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매출은 전년보다 7%가량 줄어드는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3천70억 원으로 전년대비 46.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에 북미 QLED TV 가격을 최대 1천500달러나 낮췄다.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제품을 이렇게 큰 폭으로 할인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올해 QLED TV로 반전을 노렸지만 LG전자를 필두로 한 OLED TV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계속해서 밀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 최근 있었던 기자간담회로 해석된다. 20일 이윤(58)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전무는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초부터 판매 구조조정을 하면서 대형 프리미엄 제품군에 대한 집중을 했고 그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좋은 실적을 기대해도 좋다"고 연신 강조했다.
삼성전자 TV사업 위기는 현재진행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뿐만 아니라 소니가 6월부터 OLED TV를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소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2015년 점유율이 14%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6%로 급등했다. 전 세계적으로 OLED TV 진영에 뛰어든 회사는 이미 13곳이 넘는다. 이 회사들은 저마다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OLED TV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QLED로 TV 시장을 공략해야하는 삼성이 고민이 커져가는 시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