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고차사업 접고 카셰어링에 ‘올인’...국내외 기업 지분투자 잇따라
2017-10-30 박관훈 기자
SK가 SK엔카를 매각하게 되면 온라인 중고차 거래 계열사인 SK엔카닷컴만 남게 된다. SK엔카닷컴의 작년 매출은 337억 원으로 SK엔카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SK그룹이 중고차 사업을 접었다는 평가다.
반면 SK는 지난달 7일 미국의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투로는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5천여 개 지역에서 차량 공유를 서비스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로 불리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15년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인 쏘카에 지분 투자를 했다. 최근에는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 카셰어링 사업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이처럼 SK그룹이 중고차 사업을 정리하고 카셰어링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인 중고차 시장보다는 차량 공유 관련 사업 등의 장래성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월 그룹 신임 임원 만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차량공유 사업 확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최 회장은 “자동차를 내구재가 아니라 우리가 사서 관리하고 운영할 테니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분야를 개척해보자”고 말했다.
SK(주) 관계자는 “미래에는 차량 소유와 이용 행태의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사업 기회 발굴과 운영 노하우 교류에 따른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중고차 시장 투명성 악화 불가피”
일각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대기업이었던 SK그룹이 중고차 시장에서 빠지면서 투명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엔카는 그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허위매물’, ‘강매‘ 등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문제점을 줄이는 등 시장질서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고차 매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807건이 접수됐다. 연도별로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능·상태 관련 피해 비중은 2015년 71.7%에서 올 상반기 80%로 오히려 늘어났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기업이라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면서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의 참여가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일본·미국 등 중고차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무작정 대기업의 진입을 막을 게 아니라 부작용을 고려한 해결책을 만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SK엔카 매각과 관련 해 업계는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전망하고 있다. SK엔카 매각자 측은 인수 후보자들과 막판 상표권 사용 기간을 협상 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