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겨울철 사용 어려워...작동온도 8~50℃ 제한

글로 · 릴은 영하 20℃~영상 60℃...배터리 차이

2017-11-21 문지혜 기자

# 서울시 중구에 사는 정 모(남)씨는 11월 초 주말을 맞아 골프를 치러 나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외부 일정을 마치고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꺼냈는데 빨간불이 들어올 뿐 정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 날씨가 추우면 방전될 수 있다는 회사 직원의 말이 생각나 부랴부랴 핫팩으로 기기를 데웠다고. 약 10분 정도 발을 동동 거린 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정 씨는 “한겨울도 아니고 아침 기온이 영상 5℃정도 였는데 ‘낮은 온도’ 때문에 방전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해 했다.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가 낮은 온도에서 사용이 불가능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반 궐련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스틱을 ‘히팅’할 수 있는 전용 기기가 필요한데 배터리 종류에 따라 기기 작동온도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을 조사한 결과 기기 작동 온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사용가능 온도가 영상 8~50℃로에 불과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국의 겨울 날씨에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사 기기는 휴대전화 배터리와 유사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아이코스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다. 배터리 차이로 인해 활성화 온도에 차이가 발생하는데다가 제품 안전성을 위해 작동온도 제한도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배터리 수명 및 화학적 성질을 보호하기 위해 8℃ 이하 온도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보통 전자담배 기기는 주머니에 넣어놓는데 외부의 온도가 아닌 홀더 내 전자회로 온도로 측정되는 터라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아이코스 사용설명서에 있는 주의사항 문구.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구입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이코스 측은 사용설명서 등을 통해 낮은 온도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알렸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극단적인 온도에 노출된 경우’ 등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

사용설명서에는 ‘아이코스 기기가 일정 시간 동안 극단적인 온도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환경 조건으로 돌아올 때까지 작동이 멈출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가급적 피하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 BAT코리아 '글로' 사용설명서 상의 사용 온도 및 적정 온도.

반면 BAT코리아의 글로는 사용 온도를 영하 20℃에서 영상 60℃ 등 다소 넓게 잡고 있다. 낮은 온도에서는 내부 리튬이온의 이동속도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정상 충전’(10~45℃), 제한 충전(0~10℃) 범위도 표시하고 있다.

KT&G의 ‘릴’도 마찬가지다.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고 있는 ‘릴’ 역시 영하 20℃부터 영상 60℃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KT&G 관계자는 “너무 낮은 온도나 너무 높은 온도에 기기를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한국의 여름과 겨울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