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력 시장 10년새 '내수·유럽'서 '북미·아시아'로 이동

2017-11-29     유성용 기자
삼성전자의 주력 시장이 국내와 유럽에서 북미와 아시아·아프리카로 옮겨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삼성전자의 텃밭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개별기준 지역별매출 비중은 북미가 30.3%로 가장 높고 이어 중국(27%), 아시아·아프리카(20.5%), 유럽(11.4%)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10.7%로 매출 비중이 가장 낮다.

10년여 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국내 매출 비중은 18.6%에서 거의 반토막났다. 유럽 역시 국내와 사정이 비슷하다. 20.9%에서 9.4%포인트나 줄었다.

2008년에는 중국이 29.8%로 가장 컸고 유럽(20.9%), 북미(18.8%), 국내(18.6%), 아시아·아프리카(12%) 순이었다.

특히 국내와 유럽은 비중이 줄었을 뿐 아니라 매출 규모 자체도 10년 전보다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국내와 유럽 매출은 2008년 대비 3.8%, 12.1% 증가했다. 미주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이 200% 이상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매출 비중이 줄고 규모가 정체했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 부진했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실제 경쟁사인 LG전자는 TV와 백색가전 등으로 국내 매출이 지난 10여 년 동안 80% 가까이 늘었다. 매출 비중도 10% 후반 대에서 30%로 올라섰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은 55조 원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비중이 올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을 일부 뺏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국내 시장은 규모가 해외에 비해 작은 편에 속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건조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 신가전이 많이 팔리면서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북미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18.8%에서 30.3%로 높아졌다. 아시아·아프리카도 12%에서 20.5%로 괄목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지펠 시리즈’,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현지 생활가전 시장에서 6분기 연속 점유율(금액 기준) 1위를 지키고 있다. 생활가전 외에도 B2B 시장 공략과 더불어 스마트홈 서비스와의 시너지 창출로 추후 북미 매출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매출 비중이 감소세에 있는 유럽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가전으로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중국은 10년 전보다 못하지만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 20%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 비중은 이후 점차 올라 지난해 말 23.9%가 됐고, 올해는 27%로 높아졌다. 2008년에는 29.8%에 달했다.

그간 중국시장에서 매출 비중은 저가 공세에 나선 중국 업체들로 인해 낮아지는 추세였다. 스마트폰만해도 삼성전자는 2013년까지 부동의 1위였지만 지금은 화웨이,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에게 톱자리와 함께 점유율을 상당부분 내줬다.

하지만 2014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업싸이클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매출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고사양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내년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북미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IT업체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주문 증가세도 호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지역별로 영위하는 사업군은 모두 같다”면서 “사업보고서상 수치로 드러난 매출 및 비중 그대로 영업현황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