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해체 후 CEO 인사 키워드는 '탈(脫) 그룹·전자'...계열사별 독자경영 강화
삼성그룹 계열사 CEO 인사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동안 주로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출신이 계열사 CEO를 꿰차고 있었으나 올해 진행 중인 정규 인사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에서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 자율경영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올 연말 인사에서 선임된 7명의 CEO 가운데 6명이 자사 출신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4개사만 따질 경우 단 1명만 삼성전자와 그룹을 거쳤을 뿐이다.
이는 올 연말 인사 이전에 삼성그룹 15개 코스피 상장사의 CEO 18명(오너 일가 제외) 중 삼성전자와 미래전략실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17명에 달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종전에는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만이 전자나 그룹에서의 경력이 없는 유일한 인사였다.
삼성물산의 최치훈·김신·김봉영 사장은 전자와 그룹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 인사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육현표 에스원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구조본, 전략실, 미전실 등 그룹 컨트롤타워와 비서실 소속이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삼성그룹에서 그동안 줄곧 지속돼 왔다.
하지만 올 연말 인사에서 신규 선임되고 있는 삼성 계열사 CEO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CEO에 신규 선임된 4명 중 3명이 소속 회사 내부 출신 인사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내정자는 1983년 소속 회사로 입사했다. 2009년 PM팀장(상무)으로 임원이 됐으며 이후에도 삼성중공업에서 고객지원팀장, 시운전팀장, 안전품질담당(전무), 생산1담당, 조선소장(부사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박대영 전 삼성중공업 사장도 자사 출신이지만, 입사 10여년 후 삼성그룹 비서실과 전략기획실에 10년 동안 몸담은 적 있다.
유정근 제일기획 사장 내정자도 전임 CEO와 달리 그룹 및 전자에서의 경력이 없다. 유 사장은 198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2008년 내부 승진 임원이 됐고 국내부문 The SOUTH Company장, 캠페인 2부문장, 솔루션부문장, 제작본부장, 비즈니스2부문장 등을 지냈다.
임대기 전 사장은 삼성 미전실 전신인 구조본과 전략기획실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적 있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내정자 역시 1989년 경력공채 입사자다. 2007년 임원으로 승진해 에너지사업팀, 정유사업본부, 조달부문장, 화공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1본부장 등을 맡았다.
올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에 신규 선임된 CEO 중 자사 출신이 아닌 임원은 홍원표 삼성SDS 사장뿐이다. 홍 사장은 벨연구소와 KT 출신으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DS·IM·CE부문장으로 신규 선임된 김기남 사장, 고동진 사장, 김현석 사장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올 연말 삼성 인사에서 내부 출신 임원이 CEO로 잇달아 선임되는 것에 대해 미전실 해체로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편 삼성 계열사 CEO 인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생명 등이 곧 CEO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돼 현 수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계열사의 경우 2014년 이후 CEO 인사가 없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