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석달 만에 비정규직 근로자 4배로 늘린 까닭은?...애플 물량 폭주에 고육지책
2017-12-28 유성용 기자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LG이노텍(사장 박종석)이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늘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카메라 모듈 주문 물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3분기부터 구미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중인데 이로 인해 단기간에 기간제근로자를 크게 늘려야 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3분기 기준 기간제근로자 수는 3천462명으로 2010년대 들어 최대 규모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기간제근로자가 854명에 불과했지만 3분기 들어 4배가 넘는 수준으로 폭증했다.
LG이노텍의 기간제근로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선 것은 2012년 말 1천545명 이후 5년여 만이다. 9월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그간 LG이노텍의 기간제근로자 수는 적게는 200~300명, 많게는 700~800명 수준이었다.
눈여겨 볼 점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기간제근로자의 대부분인 3천169명(91.5%)이 광학솔루션사업부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3분기 들어서면서 애플 아이폰8과 아이폰X 출시를 앞두고 카메라 모듈 주문 물량이 폭증하면서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생산 인력을 급히 늘린 것이 기간제근로자 증가로 이어졌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광학솔루션사업부 제품은 신제품 출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물량 변동성이 크다”며 “3분기 들어 단기 물량이 증가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간제근로자 인원을 늘렸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탑재되는 듀얼카메라와 3D센서 등 모듈 대부분을 공급한다. LG이노텍은 듀얼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장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신제품 특수를 누린 LG이노텍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약 3천200억 원으로 지난해(1천48억 원)보다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4분기에만 1천600억~1천8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은 7조3천500억 원이며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실적 비중은 6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5천억 원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저가 단말기의 하드웨어 성능도 상향평준화 되면서 듀얼카메라, 손떨림 보정 등의 기능을 갖춘 고화소 카메라의 시장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가 예상되는 3D 센싱 모듈도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D 카메라가 스마트폰 보안의 핵심기술로 부각되면서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이를 기본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가 예상된다”며 “LG이노텍의 3D 센싱모듈은 경쟁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 2018년에도 독점적 공급지위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G그룹은 통상 12월 마지막 주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LG이노텍 공장은 물량 공급을 위해 이틀만 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