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주사 열풍①] 신동빈 회장, 경영권분쟁·순환출자 족쇄 벗고 '뉴 롯데' 출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의 지주사 전환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데다 순환출자구조 강제 해소와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 SK케미칼, 태광,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거나 작업에 나섰다. 다양한 목적과 기대효과를 노리고 추진되고 있는 각 기업의 지주사전환작업의 배경과 효과, 남은 과제 등을 8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하며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연말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최대 걸림돌도 넘어섰다.
신동빈 회장 체제의 ‘뉴 롯데’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다.
롯데가 지주사를 세우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4월이다.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사장 김용수)를 중심으로 롯데쇼핑(대표 이원준·강희태),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재혁·이영구·이종훈), 롯데푸드(대표 이영호) 등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지주출범의 표면적 이유는 전문경영, 책임경영, 순환출자해소 및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였으나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지분구조 상 지주출범의 가장 큰 효과는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에는 91개 계열사 중 42개가 지배구조 고리에 편입됐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회사가 호텔롯데(대표 송용덕·김정환·장선욱·박동기)에서 롯데지주로 바뀐 것이다. 신 회장은 10.41% 지분으로 롯데지주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지게 됐다.
롯데지주 출범 전 그룹의 정점에 있던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L투자회사 등이 98% 지분을 보유했다. 사실상 일본기업이나 다름없던 셈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면 그룹 경영권을 잃게 되는 리스크가 존재했다. 호텔롯데의 지배회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인데 신 회장은 이 회사의 지분이 1.4%에 그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종업원지주(27.8%)와 관계사 및 임원지주(26.1%)의 우호지분을 통해 그룹을 지배해왔다.
문제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가 ‘50%+1주’의 지분을 가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배아래에 있다는 것. 종업원지주나 임원지주 중 한 곳만 신 회장에게 등을 돌려도 경영권은 넘어가게 된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신 회장 입장에 한일 롯데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잃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최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고리를 끊어버리면 된다.
지난 2일에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가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흡수하기로 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이로써 롯데는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게 됐다.
◆호텔·화학 계열사 편입문제와 호텔롯데 상장은 남은 숙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했지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작업은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다. 호텔과 화학 계열이 롯데지주체제 지배 고리의 밖에 있다.
이 때문에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로 기소된 신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집행유예(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은 것은 롯데가 기다리던 희소식이다.
롯데는 계획대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실형을 받을 경우 물러나는 게 관례라 롯데그룹은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만 검찰의 항소에 아직까지 박근혜-최순실 뇌물 게이트에도 기소돼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뇌물죄 판결은 26일 발표된다.
호텔롯데 상장 이유는 비상장 상태에서 100%에 가까운 일본 계열 지분을 직접 매입하려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호텔롯데의 총자산은 17조 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만 10조 원이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국내 일반 주주 지분율을 40%대까지 높여 일본 지분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2019년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케미칼(대표 김교현) 등 화학과 관광부문 계열사의 지주 편입도 추후 분할·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지주사 아래에 편입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