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주사 열풍 ⑥] 태광그룹, 내부거래 논란에 마침표...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남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의 지주사 전환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데다 순환출자구조 강제 해소와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 현대중공업, 효성, SK케미칼, 태광,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 매일유업 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거나 작업에 나섰다. 다양한 목적과 기대효과를 노리고 추진되고 있는 각 기업의 지주사전환작업의 배경과 효과, 남은 과제 등을 8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태광은 일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지속적을 받아온 기업이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26개 계열사중 내부거래비중이 50% 이상인 계열사가 8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7곳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도서보급, 티시스, 세광패션, 에스티임, 메르뱅 등은 오너 일가가 지분율이 100%다.
이런 상황에서 태광은 지난해 말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이들 계열사를 하나로 합치는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밝혔다.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이 티시스에서 인적 분할되는 투자사업 부문과 쇼핑엔티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오는 4월 1일자로 합병이 완료되면 한국도서보급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을 지배하는 태광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태광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2016년 말부터 점차 진행돼 왔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6년 말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고, 지난해 7월에는 와인 유통업체 메르뱅 지분을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세 달 뒤인 10월에는 서한물산과 동림건설, 에스티임이 티시스로 흡수합병됐다. 이 전 회장은 이들 회사의 지분을 팔았다.
태광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된 것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될 경우 금전적 부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도서보급이 지주 체제로 전환하면 태광산업 지분 11.2%를 보유하게 되는데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8.8%를 사들여야 한다. 지배구조 관련 법안 통과 후에는 매입해야 할 지분 규모가 18.8%로 커지게 된다. 태광산업 지분 8.8%을 사려면 약 1천3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 일감몰아주기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점도 태광의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완료되면 태광은 내부거래비중이 높았던 회사들이 모두 사라진다.
후계구도도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현준 씨로 정리된다. 그간 태광그룹 후계구도에는 이현준 씨와 이원준 씨가 거론돼 왔다. 이현준 씨는 이 전 회장의 장남이고, 이원준 씨는 이 전 회장의 형인 고 이식진 전 부회장의 장남이다.
원준 씨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14.7%, 7.5% 보유한 반면, 현준 씨는 두 회사에 대한 지분이 없다. 두 사람의 보유주식 가치도 원준 시가 약 3천억 원으로 현준 씨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서보급이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면 현준 씨는 보유한 주식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유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됨에 따라 자연스레 경영권 승계에서 앞서게 되는 모양새다. 또 이 전 회장으로서도 한국도서보급 지분만 승계하면 돼 과정도 간결해 진다.
현재 간암 3기로 투병 중인 이 전 회장은 티브로드가 CJ미디어의 채널 배정 청탁을 들어주고 받은 주식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과 허위 회계처리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구속돼 재판 중에 있다.
한국도서보급의 지주사 체제 전환 후에도 지배구조 개선의 완성을 위해선 여러 과제가 남는다. 그룹 주력계열사인 흥국생명 지분 10.4%를 대한화섬이 지니고 있는데,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이를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한국도서보급과 대한화섬이 보유한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지분을 이 전 회장이 사들이거나, 시장에 매각, 금융계열사들을 아예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56.3%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 흥국증권 역시 이 전 회장이 68.7% 지분을 가졌다.
이 외에 태광산업이 지닌 한국도서보급 3.9% 지분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정리해야 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후계구도에 대한 부분은 오너 3세가 아직 20대 중반이고 그룹 입사도 하지 않은 상태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