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유력해지나?...산업은행, 분할매각 제안 공식 논의

2018-01-18     김정래 기자
대우건설(대표 송문선)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하루 앞두고 호반건설(사장 송종민)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이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높게 책정했던 희망매각대금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난 데 이어, 호반건설이 제안한 지분 분할매각 방안에 대해서도 공식 논의하기로 하는 등 분위기에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당초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밝혔던 경쟁자들이 속속 발을 빼면서 단독 후보로 남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자금여력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약 1조5000억 원에 인수하고 남은 10.75%는 산업은행이 보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호반건설은 지분 분할 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한편, 지분의 나머지인 10.74%를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이 당분간 금융보증 등 재무적 지원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포석이다.  

현재 헐값매각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산업은행의 입장에서는 매각공고문에 명시된 일괄 매각방식을 포기하고 호반건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날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괄매각이 우선이지만, 대우건설 지분을 분할매각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입장을 변경한 주된 이유는 본 입찰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 않은데다 예비입찰 등을 통해 확인된 참여자들의 인수 희망가격이 예상가에 못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우건설 주가는 17일 오후 기준으로 5800 원에 불과해 매입가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대우건설 고정비(임금) 인상에 따른 리스크도 그 만큼 커질 수 있어서 시간을 끌수록 산업은행에 불리하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매각 반대 기조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 전망도 산업은행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아 있는 인수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업인 호반건설마저 입찰에서 빠질 경우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전은 호반건설과 중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언홀딩스 2파전으로 압축됐다. 본입찰에도 호반건설과 엘리언홀딩스가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매각대금으로 양측 모두 1조5000억 원 안팎을 써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양쪽 모두 산업은행이 희망하는 매각대금 2조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외국자본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과 주관사단은 본입찰 이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늦어도 오는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상반기 중 매매대금 수령(딜 클로징)을 완료할 방침이다. 매각 주관은 미래에셋대우-BoA메릴린치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