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케이뱅크, 작년 돌풍 일으켰지만 1천억대 적자...올해도 흑자전환 난망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올해에도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양사는 올해 적자폭을 최대한 줄이고,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행장 심성훈)와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는 지난해 각각 1천억 원 가까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연합회의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나란히 600억 원 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2분기까지 4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바 있다. 3분기까지 이자수익 114억 원을 냈지만 579억 원의 일반관리비용이 발생하며 60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까지 123억원 이자수익을 내는 등 총 17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판매비와 관리비로 442억원을 썼고 수수료비용(221억원), 대출채권평가 및 처분손실(90억 원), 이자비용(44억 원) 등을 합한 비용은 841억 원으로 나타나 6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지속된 마케팅 비용으로 적자가 지속돼 양 사의 적자규모가 1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업계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영업개시 첫 해였던 만큼 서비스 구축비용과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광고비, 마케팅 진행으로 영업비용이 많이 투입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에도 흑자전환은 힘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기반은 아직 예대업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인건비나 점포 유지 비용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출이자를 낮추다 보니 예대마진이 작아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투자모델을 통한 비이자수익 증대도 상당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충분한 증자가 필요하다.
시중은행들과 차별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디지털금융을 주창하며 각종 디지털 서비스 출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대부분 제공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까지 속속 출시 중이다.
심지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자체 지점 대신 편의점을 활용해왔는데 은행들이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색깔이 더욱 흐려졌다.
◆ 인터넷 전문은행 "적자나는 게 당연한 것"...적자폭 줄이고 증자 관건
인터넷전문은행이 흑자를 낼 만큼 커지려면 자기자본이 최소 1조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자기자본은 7천500억 원이다. 2배인 16%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자기자본은 1조5천억 원으로 향후 3~4년간 적자시현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추가 증자의 필요성이 계속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말 증자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는 자기자본이 8천억 원이고, 케이뱅크는 1분기에 추진 중인 증자를 성공해도 5천억 원 수준에 머무른다.
자기자본을 키우고 신용카드 사업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올해 추가적인 유상증자가 절실한데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산업자본 지분을 10%로 묶어둔 상황에서 증자를 추진하려면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거나 기존 주주들 동의를 얻어 함께 증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있는 우리나라에선 이들 인터넷 전문은행의 흑자전환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예대 마진과 수수료 수익이 기대이하이고, 대규모 초기 마케팅 비용 지불로 수년간 흑자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적자를 내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적자폭을 줄이고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다수의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흑자 전환하는데 7~8년이 걸렸다. 새롭게 은행을 시작해서 흑자를 내는 과정에 있는데 지금은 적자를 내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며 "올해 수익을 늘려 적자폭을 축소시키고, 오는 2020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증자를 한번 할 때마다 과정이 험난하고 진통이 있는 상황인데 인터넷 전문은행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