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 압박에 금융지주 '셀프연임' 청산...KB·하나·DGB금융 등 회추위서 회장 배제
금융 지주 회장들이 경영진 인선과정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연임을 이어가는 이른바 '셀프연임'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등의 자리에서 현직 회장들이 줄줄이 배제되고 있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와 DGB금융지주(회장 박인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했다. 두 곳 모두 올해 금융지주 회장이 배제된 채 사외이사 선임을 진행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초 현직 회장을 회장추원위원회(회추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배제키로 한 바 있다. DGB금융지주도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고쳐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배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양상은 KB금융과 DGB금융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도 지난해 12월 회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했고 최근 사추위에도 제외했다.
JB금융지주(회장 김한)도 회추위와 사추위 모두에서 현직 회장이 빠질 예정이다. JB금융지주는 올해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직 회장 배제안을 의결했다.
BNK금융지주(회장 김지완)는 지난해 9월 김지완 회장이 선임하자마자 이사회 의장 및 임추위에서 빼기로 결정한 바 있다. 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는 애초에 임추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만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인데 최근 추세를 보면 조만간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현 회장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사추위에서 조 회장이 빠지면 사추위에 참여할 사내이사가 없게 돼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서로 추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칫 사외이사가 권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22일 신임 사외이사 후보가 추천됐고, 3월 주총에서 선임되고 나면 새로운 사추위 임원진들이 꾸려진다"이라며 "사외이사의 권력집중 현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롭게 꾸려진 사추위가 해외사례는 어떤지 충분히 살펴보면서 심도있게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들이 임추위 등의 위원에 포함되며 셀프연임으로 지나친 권력집중이 생겼고, 내부 통제시스템이 마비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삼고 현재 금융지주사 대상 점검을 시행 중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여러차례 국내 금융지주들의 셀프연임을 비판해왔으며 이에 압박을 느낀 지주들이 스스로 임추위 등에서 현 회장을 배제하는 길을 선택토록 하고 있다. 더욱이 금감원은 최근 지배구조 점검을 위한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까지 만들었다. 그동안 금감원이 지배구조를 감시하기 위해 상시 감시팀을 운영한 적은 없었다.
이로써 사실상 그동안의 관행이었던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상시팀까지 만든 이상 금융지주들의 그동안의 관행은 뿌리뽑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를 정하는 것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할 일이 금융사들을 감시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해 나가는 것이지만 지배구조 상시팀 등 관치금융이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같은 비판을 정면돌파할 생각이다. 그는 2월 중순 가진 결의대회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장 한 가운데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라는 책임 추궁의 딜레마를 오로지 전문가적 판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여론에 휩쓸리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