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 정책 전방위 강화...금융권 피로감 호소
소비자 측 "바람직한 변화" vs. 금융권 "과도한 규제 우려"
2018-02-28 김국헌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과 경영혁신 방향을 보고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감독기구 본연의 소임을 더욱 충실히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보고를 하는 최 원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가장 강조한 내용도 소비자 보호였다.
그는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영업행위 감독·검사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소비자 보호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역량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로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제정토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했을 당시에 구상했던 '소비자 보호'를 완성하기 위한 각종 실행절차를 속속 발표 중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소비자 보호가 말뿐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시각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꽤 구체적인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금감원은 금융사나 상품판매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합리적 영업행태를 개선하는 데 검사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영업행위 검사 인력을 지난해보다 4268명(42.5%) 증가한 1만4314명으로 확대하고 검사 횟수도 연간 736회로 전년 대비 73회(11%) 늘렸다. 전 권역의 영업행위 감독·검사를 추진하는 매트릭스 조직도 신설해 가동한다.
금융회사 건전성 검사보다 소비자에 대한 상품판매 조직의 영업행위 검사를 통해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로써 불완전 판매, 꺾기 판매 등 금융사들의 악질적인 영업행태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내부통제 미흡으로 발생한 다수 소비자 피해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부과할 방침이다. 해당 임원이 제재를 받게 되면 3년간 금융사 임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앞으로 금융사들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 소비자와 금융사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소비자가 '재검토 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세칙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명문화했다. 그동안 합의 권고를 통한 조정 해결 절차를 뒀는데,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회사가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개정된 세칙에 따르면 소비자의 재검토 요구권을 금융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금융회사를 공개하고 검사국에도 통보한다.
또 금융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관할 법원과 소송 일자, 소송 번호, 소장 사본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소송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금융회사가 소승 대응력이 약한 소비자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이스피싱, 불법 사금융, 유사수신 등을 3대 금융범죄로 규정해 종합 대응방안도 마련한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와 상반기 내 업무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 "바람직한 변화, 운용 여부가 관건" 긍정 평가...금융권 "과도한 규제될까 우려"
이런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들은 꽤 구체적이어서 소비자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며, 긍정적인 변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연구원 소비자보호연구실 구정한 실장은 "소비자 보호가 금융당국의 역점과제가 되는 것은 해외 선진국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이런 변화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 국장은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성장시키는데만 주력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소비자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 같다"며 "앞으로 금감원이 내놓은 각종 소비자 보호 정책들이 잘 운용되는지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들을 잘 이행해야 할 주체들인 금융사들은 당연한 변화라고 받아들이면서도 피로감과 우려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감원의 취지에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따라갈 것이지만 관련 부처 임직원들은 정부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너무 심한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관련 부처를 따로 두고 운영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와서 새삼스럽지는 않은 변화"라며 "다만 금융업체들을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자 보호가 활용돼 도를 넘는 규제나 절차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