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계획
2018-03-05 김건우 기자
금융당국이 이번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 27개에 대한 잔액을 확인하면서 과징금 부과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이건희 회장 증권사 차명계좌 27개의 자산총액은 61억8000만 원으로 비실명자산에 대해 90% 차등과세와 실명제 시행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자산총액의 절반인 30억9000만 원 이상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최종 과세 여부는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금융회사 등이 협의 후 부과방법과 시기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금감원은 전했다.
다만 차명계좌가 개설된 증권사들이 지난해 실태조사 당시 잔액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보고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면서 해당 증권사들이 허위 보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원장 의무보관기관 10년이 지나 해당 계좌 잔액을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증권사들이 보고한 내용은 현재 증권사들이 운용중인 전산기기 기준이었는데 이 기기들이 최소 2007년 말 자료까지 보유하고 있어 이전 자료까지 확인이 불가능해 지난해 보고 당시 잔액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김도인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지난 달 TF에서 진행한 검사에서는 원장 보유기간 이전 자료를 혹시 가지고 있을지 백업센터나 문서보관소까지 확인한 결과 잔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검사 과정에서 증권사들도 최대한 협조했고 고의로 잔액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아 허위보고 등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금감원 조사를 통해 베일이 벗겨진 차명계좌의 경우 대부분 삼성계열사 주식,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이 상당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은 차명계좌 수도 4개, 자산도 6억4000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추정하기로는 삼성증권이 1992년 11월 국제증권이 편입되면서 삼성증권에서 개설된 4개 계좌가 1993년 6월과 7월 사이 집중적으로 개설됐다"면서 "계좌 개설 후 활동기간이 짧다보니 보유 자산과 계좌 수 역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적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TF 팀장)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잔액을 모두 확인했으나 금감원이 이건희 차명계좌 관리 관련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과징금 부과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이번 금감원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검사 결과에 대해 과징금 금액이 적지만 늦게라도 금융실명제를 바로 세우고 법과 정의를 집행하게 된 점에 대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은 일은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TF가 제기한 2008년 조준웅 삼성특검의 의도적 부실수사에 대한 수사 및 이건희 차명재산에 대한 전면 재수사와 법제도 정비"라며 " 이번 일을 계기로 확인된 금융실명법의 제도적 보완 작업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설 것이며 차후 진행될 이건희 및 기타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및 차등과세의 징수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엄정한 법 집행과 공정과세 실현을 국민들과 함께 이뤄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