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주총시즌 돌입...KB·하나·농협, 사외이사·회장연임 이슈로 '시끌'

2018-03-20     김국헌 기자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 우리은행(행장 손태승), NH농협금융지주(회장 김용환)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의 주주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23일에는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의 주총이 열리고 30일에는 NH농협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예고되어 있다. 이번 주총은 각 지주사별로 안고 있는 중요한 현안들이 많아 그 어느때 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KB금융은 금융권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여부가 쟁점이고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은 회장 연임 문제가 걸려 있다.

◆ KB금융지주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 최대 이슈로

▲ KB금융지주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KB금융지주는 이번 금융권 주총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바로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이 이번 주총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국내 1등 금융그룹이라는 위상을 가진 KB금융그룹이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를 이번에 통과시킨다면 다른 금융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월 말 주주제안 형식으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바 있다. 근로자 추천이사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하는 KB금융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주주반대로 무산됐고, 이번 주총에서 재도전에 나선 양상이다. 노동자 추천 사외이사제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전단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안건 통과가능성은 현재로써는 안개 속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는 KB금융지주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만 KB금융의 외국인 투자 비율이 70%에 달하는만큼 ISS의 반대의견이 더 힘을 발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례적으로 직접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KB노조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 대한 해임 건의를 포함한 다각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해 결과가 어떻게 나든 한차례 홍역이 불가피해 보인다.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3연임 최대 이슈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하나금융지주 주총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최대 이슈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해 하나금융 사상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되지만 금감원, 채용비리 등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금감원이 회추위의 회장후보 추천을 연기하라고 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단독으로 김정태 회장을 후보로 올리면서 금감원과의 갈등이 촉발됐다. 채용비리로 하나금융 노조의 공격이 계속되는 국면에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흥식 금감원장이 최근 자진사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김정태 회장으로써는 주총에 앞서 불리한 이슈들이 계속 터져나와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처럼 국내와 해외 자문사의 권고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하나금융 주총 의안 가운데 김정태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로 ISS는 김 회장의 재선임 안에 찬성의견을 냈다. 실적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한 반면 각종 의혹들은 재선임에 반대할만한 사유로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하나금융의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김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연임을 결사반대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고, 외국인 주주에 영향력을 주는 ISS가 연임 찬성을 권고한 만큼 김정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아무래도 더 높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 NH농협금융지주 새 사외이사진 확정...김용환 회장 3연임에도 결정적 역할 예상

▲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

NH농협금융지주는 지주사 중 가장 늦은 30일에 주총을 연다. NH농협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이끌 사외이사진이 확정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큰 폭의 사외이사 구성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이번 주총은 김용환 회장의 3연임을 결정지을 새로운 사외이사진이 꾸려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일 농협금융 이사회는 회추위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주총에서 꾸려진 새 사외이사진이 4월 초부터 유력후보를 압축해 최종 후보자를 뽑게 된다.

4명 중에 3명이나 사외이사 면면이 바뀌는 만큼 새로 선임될 사외이사들의 성향이 김용환 회장 3연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상대적으로 '조용'...신한금융 자문사 반대의견 권고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 주총에서는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최경록 CYS 대표,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 등 3명이 새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5명이 재선임된다.

그런데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김화남, 최경록, 히라카와 유키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일본계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라며 반대를 권고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주재성 감사위원 선임 건에 대해서도 최근 3년 내 신한금융의 별률대리 등을 수행했다며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추천이나 경영진의 연임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사외이사를 과점주주사에서 추천하며, 임기도 아직 남아 사외이사 교체 이슈가 없다. 우리은행 노조도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넘어가기로 했다. 정부 보유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금융지주사 전환 등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