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평사원 신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의미있는 퇴임식
2018-03-22 김건우 기자
'영원한 증권맨'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전 임직원들의 축복 속에 33년 간 몸담았던 NH투자증권을 떠났다. 지난 1985년 NH투자증권의 전신 럭키증권 신입 사원부터 시작해 대형 증권사 CEO로 임기를 마치는 김 사장의 마지막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22일 오전 NH투자증권 본사 사옥 4층 강당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3년 간 근속 후 명예롭게 물러나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을 위한 퇴임식. 이 회사 창립 후 처음 열리는 환송식으로 회사 임직원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행사가 열렸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1985년 럭키증권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LG투자증권 포항지점장(역대 최연소), 우리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를 거쳐 2013년 7월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2015년 1월부터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해온 증권업계에서는 신입사원 신화로 불리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강신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등 지주 주요 임원들도 참석하면서 김 사장의 퇴임 전 마지막 가는 길을 축하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증권업은 시장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은 농협다운 문화를 인식하지 않을 정도의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했다"면서 "특히 합병 과정에서 조직, 인사, 보수체계, 지배구조 등 산적한 문제가 많았지만 김 사장이 가진 탁월한 경륜과 경험, 리더십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이 날 열린 퇴임식에서 재직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지난 2011년 WM사업부 대표 시절 LIG건설 CP판매 사건을 꼽았다.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경영위기에 몰렸던 LIG건설이 부도직전 CP를 발행해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를 통해 판매하면서 불완전 판매가 발생한 사건이다.
김 사장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금융당국의 칼날이 회사와 직원들에게 들어오면서 망연자실했고 십수년 간 관리한 고객들의 회사를 향한 원망의 눈빛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면서 "당시 수습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사고를 통해 고객의 소중함을 느꼈고 고락을 함께한 직원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면서 더욱 끈끈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퇴임사 내내 증권업이 고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증권업이 규제산업이고 시장과 고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순간 긴장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초년 지점장 시절 IMF 금융위기를 통해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보고 증권업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고객 성공 없이는 회사의 성장도 의미가 없고 고객 없이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됐다"면서 "현재는 모든 정보가 쉽게 유통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투명하고 신뢰받는 회사, 좋은 서비스로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는 회사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매일 날씨가 맑고 쾌청하면 푸른 초원은 사막이 되지만 비바람은 힘들고 귀찮더라도 이로 인해 새로운 새싹이 돋는다고 한다. 나의 소임이 무엇인지 알고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생긴다"고 후배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김 사장의 향후 거취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고문 등 2선에서 측면 지원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훌륭한 분을 연임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김 사장이 가지고 있는 증권업에 대한 경륜, 리더십, 네트워크를 전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업무를 맡게 할 계획"이라면서 "후임 정영채 사장 역시 내부출신으로 김 사장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아주 잘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