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자본확충 '산 넘어 산'...5000억 채웠지만, 추가증가 불가피

2018-06-01     김국헌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가 자기자본 1조3000억 원을 확보하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반면, 케이뱅크(대표 심성훈)는 자기자본 5000억 원을 겨우 채우며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하반기에 추가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은산분리 문제 등으로 일부 주주들이 증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생 규모는 보통주 2400만 주, 전환주 600만 주 등 총 3000만 주다. 오는 7월 12일 주금 납입일 이후 증자결과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실탄을 바탕으로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기존 상품 재정비 및 신규 상품 출시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로써 케이뱅크의 자기자본은 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애초 세웠던 목표치에는 크게 미달하는 숫자다. 당초 케이뱅크는 추가증자 목표치를 5000억 원으로 설정하고 지난해 연말까지 증자를 추진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고, 목표금액도 계속 줄어 1500억 원 증자에 그쳤다.

지난해 104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케이뱅크는 2020년에 흑자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시기를 앞당기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는데, 부족한 자본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마다 증자로 수혈하는 형국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는 2019년까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은 7천500억 원이고, 인터넷전문은행이 흑자를 낼만큼 커지려면 자기자본이 최소 1조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케이뱅크는 자기자본비율 8%인 75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2500억 원을 반드시 추가증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2020년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1조 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케이뱅크의 자기자본 규모는 카카오뱅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4월 5000억원의 규모의 추가 증자에 성공하면서 1조3000억 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했다. 자기자본 확보가 절실한 케이뱅크와 달리 매우 여유로운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필요한 자본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확보된 자금으로 올해 계속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올 하반기 추가증자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된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31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청년 창업인 간담회에서 “자본금 수준이 카카오뱅크 수준만큼 돼야한다”며 “이를 위해선 추가증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내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증자가 불가피 하지만 기존 20여개 주주들이 자본투입하는데 난색을 보이고 있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에 완화 논의가 지지부진 하면서 일부 주주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 수도 많고, 주도할 수 있는 지분율 자체도 카카오뱅크처럼 50% 넘는 곳도 없기 때문에 추가증자가 다소 힘든 환경인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환경을 보고 추가증자에 나설지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증자를 한번 할 때마다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